‘애물단지’ 송전탑, 산불 막는 전초기지 됐다

경남 송전탑에 16개 설치
예산 절감·장소 선정 용이
시야·유지관리 등 단점도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6-04-16 16:48:09

경남 사천시 이금동 송전탑에 설치된 산불감시카메라 모습. 최근 인근 와룡산 산불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천시 제공 경남 사천시 이금동 송전탑에 설치된 산불감시카메라 모습. 최근 인근 와룡산 산불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천시 제공

전자파와 생태계 악영향 탓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송전탑이 산불 예방을 위한 주요 시설로 활용되면서 그 위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남 지역에는 10여 개의 송전탑에 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됐는데 그 효과가 ‘톡톡’하다는 평가다.


16일 산림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남 지역에 설치됐거나 설치 예정인 송전탑 산불감시카메라는 총 16곳이다. 지난해 창원시·밀양시·창녕군·산청군 등 4곳에 설치됐으며, 올해는 진주시·통영시·사천시(2)·김해시·거제시·양산시·남해군(2)·산청군·합천군(2) 등 12곳이 이름을 올렸다.

산림청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2년 차 사업으로 송전탑 산불감시카메라 설치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지자체 수요 조사를 거친 뒤 신청을 받았고 적절성을 따져 연간 100곳씩 선정했다. 산불 위험이 큰 경남 지자체들로선 송전탑 산불감시카메라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존 산불 무인감시카메라 대비 설치비가 저렴하고 설치 장소에 대한 제약이 덜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 지역에 설치된 산불 무인감시카메라는 총 269곳이다. 지역별로는 창원과 함양이 각각 2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산청 26곳, 양산 23곳, 합천 22곳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산불 무인감시카메라는 설치 조건이 까다로워 그 수가 좀처럼 늘지 않는 편이다. 사각지대는 많지만 산의 주인이 있는 사유지에는 설치 허락을 얻기 쉽지 않다. 또 나무가 조망권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수리나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로도 필요하다. 여기에 산 정상부에 설치돼 있으면 인력이 당도하기 어려워 유지 관리도 어렵다.

한 지자체 관리자는 “산불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 해도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마땅한 장소도 많지 않은 데다 산주 허락도 받아야 한다. 투입 예산도 적지 않다. 한 대 설치하는 데 8000만 원에서 8500만 원이 들고 유지 관리비도 필요하다.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설치할 곳 찾는 것부터가 난항”이라고 말했다.

기존 산불감시카메라 대비 설치비가 저렴하고 송전탑 화재를 예방할 수 있지만 감시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사천시 제공 기존 산불감시카메라 대비 설치비가 저렴하고 송전탑 화재를 예방할 수 있지만 감시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사천시 제공

이런 점에서 송전탑 산불감시카메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대당 설치 예산은 6000만 원 정도로 일반 산불무인감시카메라 대비 2000~2500만 원 저렴하다. 여기에 한전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니 설치 장소에 대한 제약도 없고 송전탑 자체가 높은 만큼 조망권을 가리는 일도 없다. 또한 산속에 있는 송전탑은 그 자체만으로 산불을 낼 우려가 크다. 하지만 송전탑에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으면 화재 여부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 대형 산불을 예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실제 지난 2일 경남 사천시 이금동 송전탑에 설치된 산불감시카메라가 인근 와룡산 저수지 쓰레기 소각을 포착했다. 사천시 산불예방 담당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진화 대원 등이 현장에 출동해 불을 껐다.

사천시 관계자는 “최근 2~3차례 송전탑 산불감시케메라의 도움을 받았다. 대기가 아주 건조한 상태에서 산 아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빠르게 대처해 산불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전탑 산불감시카메라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송전탑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데다 송전탑 사면에 설치되다 보니 360도 회전을 할 수 없다. 최대 각도가 270도 정도에 불과해 반대쪽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확인하지 못한다. 또한 송전탑에 설치돼 있는 만큼 유지관리를 위해 송전탑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해당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관계자는 “설치 자체가 어려운 편인데 시야 각도가 270도 정도밖에 되질 않다 보니 효율성 논란이 있는 건 맞다. 다만 카메라를 한 지점에 3~4개까지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올해 예정된 2년 차 사업이 모두 종료된다. 향후 지자체별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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