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 기자 sjy@busan.com | 2025-10-21 17:48:13
“맨몸끼리 서로 부딪힐 때 느껴지는 긴장과 희열, 레슬링이 갖고 있는 원시적인 매력이 우리 시대에 다시 인정받을 겁니다.”
21일 부산 벡스코 체전 레슬링 경기장에서 만난 부산 레슬링협회 송동수 전무이사는 부산 선수단의 활약에 고무돼 있었다. 이날 오전 기준 경성대 은메달 1개·동메달 4개, 부산체고 은메달1개·동메달 2개 등 선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5년 전 부산에서 열렸던 전국체전에서 레슬링은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레슬링 부산 선수단은 3위 입성을 노린다. 송 이사는 “홈 가산점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올해는 예전 영광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은 한국 레슬링 레전드 양정모 선수를 배출한 ‘레슬링의 도시’였다. 양정모 선수가 졸업한 건국고와 동아대를 비롯해 부산체고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산 레슬링은 전국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송 이사는 “그동안 인기 감소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레슬링이 다시 각광을 받고 저변이 확대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크로스핏 등 레슬링 선수들의 전문 기초 운동이 최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송 이사는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슬링 선수들이 훈련할 때 항상 하던 고강도 운동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강인한 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라도 몸으로 격렬하게 부딪히고 나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레슬링의 장점을 일반인들도 점점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인들은 크로스핏과 호신술을 결합한 형태로, 유소년은 레크레이션과 접목해 성장 발달과 체력 향상을 위한 운동으로 발전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레슬링이 강했던 부산의 저력을 감안하면 ‘제2의 양정모’도 부산에서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는 “최근 유소년을 대상으로 레슬링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매트 위에서 뛰고 구르며 마냥 즐거워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어릴 때부터 레슬링을 접하며 선수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참고해 레슬링 대중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