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HMM 나무호 사고 원인 조사 종료”…막대한 손실 충당 어려울 듯

현지 파견 조사단 8~10일 활동 마무리 개별 귀국 예정
항해기록저장장치, CCTV 영상, 선원들 증언 등 확보
나무호 첫 상업운항서 해협 들어가 하역 뒤 발 묶여
해협 고립 손실에 조사와 수리 등 막대한 피해 전망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2026-05-10 15:28:27


8일(현지 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화재가 발생한 HMM 나무호에 대한 정부 조사단의 조사가 종료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조사단이 필요한 현장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항공 사정에 따라 개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1차적인 현장 조사 결과를 받았으며, 관계기관 간에 검토 및 평가가 진행 중”이라면서 “나무호 화재의 원인은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한 관계기관의 검토와 평가를 거쳐 답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3명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은 지난 8일부터 두바이항에서 나무호에 대한 화재 원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나무호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포함한 자료를 조사하는 동시에 선원들의 증언 청취, 현장 감식 등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화재가 이란의 공격을 포함한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선박 결함을 포함한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그간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해야 확인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조사단이 현지에 더 머무르며 좌현 선미 하단에 위치한 기관실에 들어가 정밀 감식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또 필요할 경우 수중 드론이나 잠수사를 동원하거나 크레인을 이용해 배를 들어 올려 육안으로 선체 아랫부분을 확인할 수도 있다. 배와 수면이 맞닿는 흘수선 아래에 있는 기관실 쪽 선체는 바다에 떠 있을 때는 물에 잠겨 있어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한 24명의 선원은 지난 8일 밤 정부조사단과의 대면 조사를 마치고 일단 배에서 내렸다. 이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두바이 내 숙소로 이동했으며, 하선 및 귀국 여부는 나무호의 수리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해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 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한편, HMM 나무호는 이번 사고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지만 보험으로도 이를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나무호는 선체 조사, 수리 일정 등으로 한동안 상업 운항을 재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나무호는 적재용량(DWT) 3만 8000t급의 다목적 화물선(MPV)으로 작년 9월 중국 광저우에서 진수돼 올해 초 HMM에 인도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선 상업 운항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갇히는 악재를 겪었다. 나무호는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5일까지 중국 칭다오, 펑라이, 타이창 등을 거치며 중량화물을 실은 뒤 목적지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이후 나무호가 오만만과 페르시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시점이 2월 25일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같은 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사흘 전이다. 이때부터 나무호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다.

나무호는 3월 18일까지 중국에서 가져온 화물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담만 항구에 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약 3주간의 하역 작업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해협을 지나려는 민간 선박들의 피격 사례가 잇따랐고 이란이 기뢰를 설치한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이에 나무호는 선적 화물을 모두 내린 이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인근 해역에 닻을 내리고 기약 없는 기다림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다시 중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서 4월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많은 선박이 조금이라도 해협과 가까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무호도 4월 30일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인근에서 UAE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으로 정박 위치를 옮겼다. 앞서 몰타 선적 유조선 오데사호는 4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휴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잠시 개방된 틈을 타 발 빠르게 외해로 빠져나온 바 있다.

그러나 나무호는 해협을 빠져나오지는 못했고, 대신 UAE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으나 나흘 만인 이달 4일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번 악재의 여파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고립으로 이미 손실이 매일 쌓여가고 있던 상황에서 선박 조사와 수리 일정까지 겹치며 상업 운항 재개가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선사들은 3월 말 기준 전쟁보험료, 유류비, 선원비 등을 추가로 지출하며 하루 약 4억 9000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기존의 운항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신규 운송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호는 전쟁보험 특약을 통해 전손 시 최대 100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보상액은 화재 원인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HMM 관계자는 “보험 보상액을 받더라도 호르무즈 고립과 운항 차질에 따른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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