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6-06-07 13:45:26
코러스극 ‘히로시마 메시지’ 공연 모습. 극단새벽 제공
코러스극 ‘히로시마 메시지’ 공연 모습. 극단새벽 제공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삶과 대물림되는 비극을 조명하고, 제국주의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뜻깊은 무대가 마련된다.
극단 새벽은 오는 11일부터 코러스극 ‘히로시마 메시지’를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 1995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변주되어 온 극단 새벽의 대표 레퍼토리로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삶이 통째로 흔들린 한국인 피폭자들의 잔혹한 참상을 다룬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내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피폭 대물림의 비극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극은 한국인 피폭자 '최영주'가 밀항선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극 중 일본 경찰에 검거된 최영주는 자신이 피폭자임을 당당히 밝히며, 일본 정부를 향해 치료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격렬하게 저항한다. 이는 1960~1970년대 실제로 일본에 밀항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치료와 지원을 이끌어내고자 사투를 벌인 손진두·손귀달 남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인물이다.
특히 극단 새벽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경남 합천에 거주하는 피폭 1세대 심진태 씨를 직접 찾았다. 단원들은 당시의 생생한 증언과 피해자들의 처절했던 삶, 그리고 치료와 보상을 받기 위해 걸어온 지난한 투쟁의 궤적을 눈과 귀로 담아내며 작품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극단 새벽 측은 이번 공연의 기획 취지에 대해 원폭의 폐해가 피해자 2세와 3세에게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폭 및 전쟁 피해자들이 겪어온 깊은 상처를 더 많은 대중이 함께 공감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피폭 1세대만을 피해자로 한정 짓고 있는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이번 공연이 던지는 중요한 화두라고 덧붙였다.
작품은 과거의 비극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등 국제적 갈등을 향한 매서운 비판과 반전(反戰)의 메시지까지 확장해 던진다.
티켓 가격은 3만 5000원으로 예매할 경우 2만 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한 문의는 극단 측에 전화(051-245-5919)하면 된다.
극단 관계자는 “강제징용 피폭 1세대와 그 후손들의 아픔을 보듬고, 피폭 2세 청년 고 김형률 씨가 남긴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숭고한 외침을 기억하며 무대를 준비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절실한 오늘날,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