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업은 대체 왜 못 크나 [비즈앤피플]

경쟁적 특구 지정 전국 534곳 달해
차별화 실패로 지역 간 경쟁만 심화
엔젤투자자 90%가 수도권에 집중
부산 스타트업 창업 환경 바닥 수준
정부 참여 투자펀드 활성 방안 절실
지역 중기 특화 생태계 확충도 시급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6-06-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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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가 수출 호조와 증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 경제가 체감하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수도권으로 인구와 기업, 자본이 집중되면서 지역 기업들은 유명무실한 특구 난립과 투자 부족, 성장 정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부산 사하구 서부산스마트밸리 내 부산염색단지 전경.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부산 사하구 서부산스마트밸리 내 부산염색단지 전경.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난립한 특구,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정부는 지방균형발전과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특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처별 중복 지정과 분산 운영으로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6개 부처가 운영하는 특구는 모두 7개 유형에 달한다. 규제자유특구와 기회발전특구, 연구개발특구를 비롯해 지역특화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관광특구, 교육발전특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역별 특성과 강점을 살린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특구의 난립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특구 수는 534개에 달하며 기초지자체 1곳당 평균 2.2개의 특구가 지정돼 있다. 비슷한 특구가 늘어나면 산업 간 차별성은 오히려 약해질 우려가 있다. 규모의 경제도 이루지 못한 채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과 행정 체계가 부처별로 분산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기업들은 특구마다 지원 대상과 신청 절차, 규제 완화 수준이 달라 중복 신청과 서류 준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유사 사업임에도 담당 부처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정책 간 연계가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특구는 실효성을 잃은 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구 운영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와 기존 특구를 연계 운영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과 연계해 광역·초광역권을 대상으로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분야별 메가특구 조성을 추진한다.

메가특구법 제정을 통해 메가특구와 기존 특구 간 동일한 특례를 적용하고, 기존 특구에 입주한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 주장이다. 또 국무조정실이나 가칭 ‘지방균형발전 정책 통합위원회’를 중심으로 특구 지정과 평가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자유구역과 규제자유특구 등 현재 분산 운영되는 특별구역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중복 지정을 막고, 권역별 전략산업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취지다. 특히 영남권은 모빌리티·로봇 산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특구를 단순히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권역별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분산된 특구 제도를 통합하고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지역 주도 성장 모델이 가능하다.

■스타트업, 투자 가뭄부터 해소

중소기업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와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확충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기관이 펀드 자금으로 성장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와 엔젤투자(개인이 극초기 창업기업에 자금을 넣고 주식을 받는 형태의 투자) 구조가 지역 창업기업의 성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벤처투자 기반이 크게 취약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 자금을 공급하는 엔젤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투자 자금과 투자자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엔젤투자 규모는 1조 974억 원으로 이 가운데 수도권이 8253억 원(75.2%)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투자 규모는 2721억 원(24.8%)에 그쳤다.

엔젤투자자 분포 역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전국 전문개인투자자 241명 가운데 217명(90%)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개인투자조합 역시 전체의 8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액셀러레이터도 수도권 비중이 67%에 달해 지역 창업기업들이 투자자를 만날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이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도록 자금, 멘토링, 네트워킹, 교육 등을 제공하는 초기 창업 육성 프로그램·기관을 뜻한다.

지역 투자생태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펀드도 부족하다. 충청·호남권 개인투자조합이 2021년 결성된 이후 후속 펀드 조성이 부진하다. 엔젤투자를 촉진할 세제 지원 역시 수년째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전국 4개 권역에 엔젤투자허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 인력이 허브당 3명 수준에 불과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부산·울산·경남을 담당하는 동남권 엔젤투자허브 역시 넓은 권역을 소수 인력이 담당하면서 지역 투자기업 발굴과 투자 연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지역에서도 유망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엔젤투자 활성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역에서 개인이 직접 투자하거나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투자할 경우 적용되는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엔젤투자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 투자펀드를 확대하고, 엔젤투자허브 기능을 강화해 지역 스타트업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인재와 기술이 지역에 있어도 투자 자금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 결국 기업도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창업하고 성장한 기업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투자생태계 구축이 지방 주도 성장의 핵심 과제다.

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은 “지역 중소기업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저성장과 활력 저하, 인프라 부족이라는 늪에 빠져 있으며, 수도권 일극 체제 확대는 불평등을 넘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의 자구 노력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의 파격적인 지원과 규제 혁파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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