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6-06-04 16:38:22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의 선택은 절묘했다. 부산과 울산, 두 곳의 광역단체장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하면서 보수 쇄신과 지역 정치의 변화를 추동하는 동시에 기초단체장과 시·도의회는 국민의힘에 다수 의석을 주면서 독주하는 여당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극적 승리를 이끌며 탄핵 이후에도 ‘윤 어게인’과 동행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퇴행적 행태를 ‘정밀 심판’했다. 여당의 완승도, 야당의 궤멸도 아닌 최소한의 균형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여야 모두에게 ‘협치’라는 묵직한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를 마친 결과, 부산·울산시장은 민주당 전재수, 김상욱 후보가 각각 50.5%, 48.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남은 개표 내내 초박빙 승부 끝에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51.2%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북갑 보궐선거에서는 여야 양쪽의 견제를 뚫고 한 후보가 하 후보를 불과 1.7%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한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 장동혁 대표 등 당권파를 겨냥해 “보수 정당이 가져야 할 품격이나 실력에 맞지 않는다. 이제는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 복귀 의지를 밝혔다. 반면 장 대표는 이날 “제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새 길을 찾겠다”며 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시·도지사는 민주당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달랐다. 부산은 16개 구청장·군수 중 국민의힘이 9석을, 민주당이 7석을 가져갔고, 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이 10석, 민주당이 4석, 무소속이 4석을 차지했다. 울산에서는 국민의힘이 4석, 민주당은 1석을 이겼다. 물론 국민의힘의 독점 구도는 깨졌지만, PK 전체 39개 기초단체장 중 국민의힘이 과반인 23석을 차지해 우위 구도는 유지했다. 시의회 역시 부산은 전체 48석 중 국민의힘 37석·민주당 11석, 울산은 22석 중 국민의힘 15석·민주당 6석·진보당 1석의 분포로 기초단체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방권력의 상부는 민주당이, 하부는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부산, 울산은 당선인의 주요 공약 이행과 시정 운영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남 역시 기초단체와 도의회에 민주당이 대거 진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도정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경우, 유일 민주당 지역구인 북갑마저 보수에 뺏기면서 원내 우군이 한 명도 없어진 상황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전 당선인이 전임 시정을 다 뒤집고 독주하려 하거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새 당선인의 시정 변화를 봉쇄하면서 기싸움을 벌일 경우 상당한 파열음이 일어날 것”이라며 “양측 모두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이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지만, 영남은 물론 서울시장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최소한의 힘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 중 12곳에서 승리하며 4년 전 ‘15대 2’의 완패를 설욕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픽’한 정원오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한 것은 여당의 독주에 대한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각각 차지해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재보선을 치른 14곳 중 13곳은 민주당, 1곳만 국민의힘 의석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지방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 것”이라며 “소속 정당의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