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 2026-10-21 10:47:36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판교하우스 외경 모습. 연합뉴스
방위사업청이 소속 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2년간 입찰 참가를 막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회사의 신규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의결했다. 국가계약법 27조가 부정당업자에게 내릴 수 있는 입찰 제한 기간은 최대 2년이어서,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심의위원회는 뇌물 제공과 함께 LIG D&A가 방사청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정하게 산정한 행위도 따져봤다. 뇌물 건에는 2년, 원가 부정 건에는 6개월의 제한이 각각 매겨졌고, 이 가운데 높은 처분을 택하는 규정에 따라 최종 2년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제재 수위를 정한 근거로 2006년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액수와 장기간 이어진 계획적 부정행위를 들었다.
LIG D&A는 방사청 직원에게 3억 원 넘는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 방사청 직원은 LIG D&A 등 방산업체 임직원들로부터 4억 6000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직원이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몰아줬고, LIG D&A가 이를 발판으로 1조 7000억 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핵심 기술 사업을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처분으로 LIG D&A는 제한 기간 방사청을 비롯한 국가기관·공공기관 발주 입찰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당장 올해 말 계약이 예정된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사업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IG D&A는 이 사업의 핵심인 체계종합 분야 제안서 평가에서 1순위를 차지했다.
회사 실적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LIG D&A는 수출을 늘려왔지만 국내 매출이 여전히 해외 매출의 4배에 이른다. 신규 국내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매출 기반이 그만큼 흔들리는 셈이다.
군 전력화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도무기 분야에서 LIG D&A와 경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6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어 입찰 제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 두 회사가 동시에 묶이면 사업을 맡길 국내 업체가 마땅치 않아, 방사청도 그동안 사업 지연이나 국외 구매를 우려해왔다.
다만 기존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지는 않고 해외 수출 계약에도 이번 처분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입찰 제한 효력이 멈춰 신규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LIG D&A는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을 근거로 제재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집행정지 신청 등을 진행할 것이며, 사업 등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검찰이 수사한 뇌물공여 관련 방위사업은 모두 6개로, 이번 처분은 이 가운데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사업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5개 사업에서도 별도 제재가 나올 수 있다.
LIG D&A 제재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회사의 주가는 개장부터 미끌어지기 시작해 오전 10시 40분 현재 전날보다 14.69% 떨어진 46만 75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편, LIG D&A는 최근 7개 사업·경영 부문 가운데 4개 부문장을 교체했고, 제재 결정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준법감사실을 신설했다. 회사는 2017년에도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건으로 3개월 입찰 제한을 받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