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먼저 웃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국을 가진 결과 알파고가 5국의 첫 경기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5개월 전 유럽 챔피언 프로 2단 판 후이를 꺾은 알파고는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까지 제압해 인공지능의 새 역사를 열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이 결정된 뒤 줄곧 5-0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알파고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5-0까지는 아닐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전환했다.
이날 전 세계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진행된 대국은 중국 규칙으로 치뤄졌다. 구글 딥마인드 리딩 프로그래머이자 아마추어 6단 아자황이 알파고를 대신해 백돌을 집어 7.5집 덤을 가지고 시작했다.
흑돌을 집은 이세돌은 우상귀 소목에 첫 돌을 놓았다. 이에 맞선 알파고는 첫 수부터 장고를 두다가 1분 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에 착점했다. 이세돌은 3번째 수를 우하귀 소목으로, 알파고는 4번째 수를 좌하귀 화점을 두며 양 화점 포석으로 대국을 시작했다.
이세돌은 다음 수로 우상귀를 걸친 알파고가 날일자로 받자 우변 중심 화점에서 날일자로 처진 곳에 돌을 뒀다. 이 수는 이세돌이 두지 않던 수로 KBS2 해설 박정상 9단은 "이세돌이 처음부터 두지 않던 수로 강력한 비틀기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기 양상은 이세돌이 우변에 집을 짓고, 알파고는 상변 위주로 대결을 펼치며 강한 공세를 펼쳤다.
이세돌은 우상귀의 알파고 백돌을 공략하며 중앙과 좌하귀를 통해 반격을 시도했다. 특히 좌하귀 접전에서 이세돌 9단이 좌중앙에 큰 집을 만들어 유리한 형세를 이끌었다.
이때 알파고는 마치 사람처럼 승부수를 던졌다. 이세돌이 승기를 조금씩 가져가자 알파고는 이세돌의 우세로 보였던 우변에 102수로 백돌을 두며 파고들었다. 그 결과 흑집은 부셔졌고 이세돌은 고민에 빠졌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내지 못했다. 이후 형세는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반면 승부를 벌였다. 반면 승부는 흑집과 백집이 비슷하다는 뜻으로 백이 7.5집을 덤으로 가져가는 만큼 이세돌이 뒤집기 힘든 형국이었다.
결국 이세돌은 고개를 저으며 186수 만에 돌을 내려놨다. 계가를 하지 않는 불계패였다.
대국 중간중간 알파고의 실수처럼 보이는 수가 몇 차례 나왔으나 각 방송사의 해설들은 "실수인지 포석인지 알파고라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바둑TV의 유창혁 9단은 "오늘 이세돌 9단이 낯선 상대와 대국하면서 다소 긴장한 듯 평소답지 않게 실수가 많이 나왔다"라고 총평하면서 "알파고는 초일류라도 오래 고민할 만한 수에서 빠르게 돌을 놨다"고 실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어 "한 번 지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다음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기량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진=구글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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