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여기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 알약을 얻게 된 시한부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현재 수현이 사는 2015년과 과거 수현이 사는 1985년을 오가며 전개된다. 캄보디아에서 의술을 펼치던 현재의 수현(김윤석)은 신비한 알약 10개를 얻는다. 알약은 먹은 수현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모든 것이 서툴렀던 앳된 모습의 자신(변요한)과 만난다. 두 사람은 미래에는 없는, 사랑하는 연인 연아(채서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그동안 타임슬립물이 보여줬던 것과는 다르게 과거와 미래를 바꾸려는 의지를 상투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나의 사건(연인의 사고)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상황에 빠지는 두 '수현'의 갈등은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계속되는 대립에도 마음을 합칠 수 있었던 건 바로 사랑하는 연인 때문. 타임슬립으로 '사람을 구하고, 사랑을 지킨다'는 뻔한 설정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두 '수현', 김윤석과 변요한의 남남케미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은 비주얼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와 눈빛, 사소한 습관까지 닮은 모습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은 물론 담배를 피우는 손동작이나 전화를 받는 몸짓, 걸음걸이 등 사소한 순간까지도 높은 싱크로율로 같은 듯 다른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1980년대 음악의 아이콘 김현식과, 살아있는 전설 밥 딜런의 음악은 관객의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린다. 다양한 OST들은 30년 전 과거인 1985년 분위기를 조성하며 당시를 겪은 관객에겐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한다. 수현의 30년지기 친구, 과거와 현재 태호를 각각 연기한 배우 안세하 김상호도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태호는 코믹한 성격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는 20대와 50대의 감성이 공존한다. 어떤 감성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다른 영화로 받아들여진다. 첫 사랑과 마지막 사랑, 미숙함과 성숙함,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 이 감정들은 세대에 따라 경험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남유정 기자 seasons@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