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 8시간·참사 후 22시간, 같은 기종서 ‘이상 신호’ [무안 제주항공 참사]

지난달 29일 베트남 푸꾸옥서
엔진 계통 이상으로 운항 취소
30일 김포공항서도 긴급 회항
참사 전후로 위험 신호 잇따라
모두 같은 보잉 737-800기종
제주항공 기체 정비 문제 논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2025-01-01 18:27:49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 파편들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 파편들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참사 전후로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인 제주항공 비행기들의 긴급 회항이 잇따랐던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기도 급박하게 비상선언을 할 만큼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기체 정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제주항공 항공기엔 연이어 문제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10분(현지 시간) 베트남 푸꾸옥에서 인천으로 향하려던 제주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운항 취소는 엔진 계통 이상 때문이었다. 당시 이상 때문에 해당 항공기는 활주로로 나갔다가 복귀하는 ‘램프 리턴’을 했고, 점검 결과 해당 비행기는 ‘운항 불가 항공기(AOG)’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제주항공 HL8090 비행기에서 ‘랜딩 기어’ 이상이 감지됐다. 이 항공기는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비행을 시작했다 문제를 감지했고, 기장 판단에 따라 회항 후 점검이 진행됐다. 승객 21명은 대체 편을 탑승하지 않았다.

이들 사고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 참사와 근접해 일어났다. 푸꾸옥은 참사 8시간 전, 김포국제공항은 약 2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 A 씨는 “하루 정도 비행을 중단해 수리만 하고, 베트남에 대체 비행기를 보냈다면 단순한 결함이 아닐 수 있다”며 “참사 다음 날 랜딩 기어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심각해 보이는데 작은 위험 신호가 반복되면 큰 일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비행기는 모두 동일 기종이었다. 지난해 1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다낭으로 향하다 ‘엔진 문제’로 회항한 HL8062 비행기도 보잉 737-800이었다.

연이은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에 정비 환경이 열악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소 시간인 28분을 크게 넘기지 않은 채 정비를 해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항공 수요 급증으로 정비 인력이 과부하에 걸렸다는 의견도 있다. 항공업계에는 ‘비행기는 최대한 땅에 두지 않아야 돈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내부 고발도 나왔다. 지난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제주항공 B 직원이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글을 남겼고, C 직원은 ‘야간에 업무가 많아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영인 신라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LCC 정비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2019년에는 1대당 정비 인력이 12명이었는데, 지금은 41대 기준으로 1대당 정비 인력이 12.6명”이라며 “국토부 기준인 1대당 12명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을 채용해 연말 기준 정비사 560명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한 직원은 지난달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저희는 대놓고 울 수도 없다. 비행이 끝나고 손님이 하기해야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는 글을 썼다. 그는 ‘정비사님들은 내 소중한 동료들이 탑승하기에 여느 때처럼 최선을 다한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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