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1-02 14:43:00
“그 시절의 독립군들과 옳은 일을 하고자 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배우 박정민은 영화 ‘하얼빈’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독립운동가 우덕순은 일제 강점기 안중근 의사와 함께 활동했던 실존 인물이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박정민은 “인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긴 했는데 유의미한 기록을 얻진 못했다”며 “이번 영화에선 상상에 많이 기대서 캐릭터를 풀어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카메라는 하얼빈으로 가는 동안 여러 상황에 놓이는 독립군의 모습과 감정을 찬찬히 비춘다. 박정민은 이 작품에 출연해 뜻깊다고 했다. 그는 “제 안에서 독립군은 영웅이었다”며 “그런데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자 아내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때 그분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계속 고민했다”면서 “한 개인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이 맡은 우덕순은 안중근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우직한 동지다. 박정민은 “고개를 돌리면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두가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 우덕순은 안중근에게 편지를 쓴다”면서 “그만큼 고독한 인물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최대한 감상에 치우치지 않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촬영할 때 많이 춥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서로가 서로의 동지였어요. 한마음으로 한곳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느낌이었죠.”
박정민은 올해 ‘하얼빈’을 비롯해 영화 ‘전,란’과 ‘1승’, 드라마 ‘더 에이트 쇼’ 등 여러 작품에서 대중을 만났다. 최근엔 드라마 ‘조명가게’와 유튜브 예능에도 출연했고, 출판사도 운영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영화 ‘얼굴’과 드라마 ‘뉴토피아’ 등의 작품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박정민은 올해를 “데뷔하고 나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예정된 촬영 외에 다른 작품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는 “거울을 보다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데, 이 표정을 어디서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한번 쉬어보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이번 영화가 나름 뜻깊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영화배우를 계속 한다면 내가 자랑할 수 있는 하나의 영화를 남긴 것 같아요. 혼란한 시절에 조금이나마 국가와 국민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