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4-12-10 15:12:23
최근 콘텐츠 업계에 쇼트폼 드라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한 회 길이가 1~3분짜리인 콘텐츠인데 각종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보다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의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엔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 등 짧은 길이의 콘텐츠들이 올라와 있다. 플랫폼 비글루스, 탑릴스, 위치박스 등에서도 쇼트폼 드라마를 서비스 중이다. 위치박스는 쇼트폼 작품을 선보는 것과 별개로 기존 일반 드라마와 영화를 쇼트폼 형식으로 바꿔 공개하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추노’, 영화 ‘타짜-신의 손’ 등을 2분씩 편집해 제공하는 식이다.
쇼트폼 드라마는 이야기를 빠르게 진행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기존 드라마가 여러 회에 걸쳐 진행했을 이야기를 여기에선 몇 분 만에 모두 마무리한다. 짧은 길이의 콘텐츠 안에서 시청자의 눈을 계속 붙들어놓기 위한 전략이다. 줄거리 역시 가볍고 단순한 내용이 많다. 쇼트폼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주로 ‘스낵’과 같이 즐기는 만큼 흥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진다.
다만 자극적인 소재와 선정적인 내용은 쇼트폼 드라마의 문제로 꼽힌다. 짧은 시간에 시청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는 만큼 장면이나 대사가 상당히 외설적인 경우도 많다. 숏차 상위 5위에 올라 있는 드라마 제목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1위는 ‘초고속 결혼 후 열애중’이고, ‘엑스’ ‘세상에서 가장 아픈 키스’ ‘앙큼한 하녀’ ‘뚱보 아내의 화려한 변신’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소년들의 로맨스를 담은 BL(Boys Love) 드라마도 곳곳에 보인다.
쇼트폼 드라마 출연진과 창작진의 체급이 높아지는 건 주목할만한 변화다. 지금까지는 신인 배우 중심으로 콘텐츠가 제작됐다. 다음 달 공개되는 펄스픽의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은 배우 이동건, 박하선이 출연한다. 연출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단, 하나의 사랑’ 등을 만든 이정섭 PD가 맡았다. 펄스픽은 코미디언 김민경의 연기 도전작 ‘코드네임B: 국밥집요원들’, 한기웅 배우와 달샤벳 아영 주연의 ‘너의 뮤즈, 나의 여신’도 공개할 예정이다.
쇼트폼 플랫폼 외에도 콘텐츠 플랫폼들이 콘텐츠 제공 방식을 바꾸는 점도 눈에 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유튜브는 쇼트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영상 길이 제한을 1분에서 3분으로 늘렸다. 티빙 역시 지난 5일부터 쇼트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예능, 드라마 등 인기 콘텐츠를 짧은 분량으로 편집해 시청자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티빙은 내년부터 오리지널 쇼트폼 드라마·예능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