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봉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은 그야말로 위대한 작품입니다. 새끼 사자 심바의 모험 이야기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모티브로 창작한 스토리라는 점도 남다릅니다.
엘튼 존의 노래와 한스 치머의 음악은 전설로 남았습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뮤지컬 ‘라이온 킹’까지 대성공을 거둬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온 킹’ 신화에도 오점은 남았습니다. 2019년 실사 영화로 개봉한 ‘라이온 킹’은 세계적으로 흥행하기는 했지만, 원작의 감동을 살리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동물 캐릭터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해 감정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혹평이 컸습니다.
그래서 사실 기자도 지난 18일 개봉한 속편 ‘무파사: 라이온 킹’에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는 전작과는 다른 감동과 재미를 안겼습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라이온 킹’의 프리퀄(원작의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심바의 아빠인 ‘무파사’(에런 피어 목소리 연기)의 유년 시절과 성장기가 핵심 줄거리입니다.
영화는 심바의 딸인 키아라에게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가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덕분에 추억 속 캐릭터 티몬과 품바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라이온 킹’ 30주년을 맞아 만든 이 영화는 사실 원작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로 흘러갑니다. 심바와 무파사의 사연이 아주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심바처럼 무파사도 뜻밖의 사고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외톨이가 됐고, 친구들과 함께 지냅니다. 또 심바가 하이에나들의 추격을 받은 것처럼, 무파사 일행 역시 빌런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신세입니다.
하지만 원작과 아주 큰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스카’의 존재입니다. 무파사와 스카가 어쩌다 형제에서 원수가 됐는지를 다룬다는 점이 ‘무파사: 라이온 킹’만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무파사는 아빠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새끼 사자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머나먼 낯선 땅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무파사는 또 다른 새끼 사자 ‘타카’를 만납니다. 타카 역시 아빠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사자였는데, 외부에서 온 무파사를 경계하지 않고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냅니다.
하지만 포악한 백사자 무리가 타카 무리를 공격하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무파사는 엄마에게 들었던 전설의 낙원 ‘밀레레’를 찾기 위해 타카와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백사자 무리는 지구 끝까지 쫓아갈 기세로 이들을 추격합니다.
무파사와 타카의 여정에는 암사자 사라비와 원숭이 라피키도 합류합니다. 원작에서 본 그리운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관객은 추억에 빠지게 됩니다. 이들의 사연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친형제 같던 무파사와 타카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시기와 질투입니다. 무파사가 용감하게 위기를 헤쳐 나가고 능력을 발휘할수록 타카는 열등감을 느끼고 ‘흑화’합니다. 둘의 갈등 계기가 억지스럽지 않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유려하게 흘러가고, 기승전결이 깔끔하고 권선징악 메시지도 뚜렷해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디즈니 공룡 애니메이션 ‘다이너소어’(2000)도 떠오릅니다. 위기 극복 방법을 포함한 전체적인 플롯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토리에 특별한 개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추억 회상입니다. 우선 드넓은 초원과 아프리카 동물들을 생생히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자연 낙원인 ‘밀레레’의 모습을 구현한 장면은 황홀감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또 실사 영화에서만 가능할 법한 카메라 워크와 시각특수효과 덕에 액션 장면에선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스크린이 큰 화면에서 관람할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넘버들도 좋았습니다. 줄루어 코러스와 콩가 연주 등 ‘라이온 킹’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살리는 요소가 돋보입니다. 음향시설이 좋은 영화관에서 본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입니다.
원작에 쓰였던 한스 치머표 배경음악들은 곳곳에 활용됐습니다. 덕분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원작을 오마주한 시퀀스와 넘버들도 동심을 자극합니다. ‘하쿠나 마타타’는 상표권 분쟁 탓에 활용하지 못했는데, 이를 익살스럽게 비꼬는 장면이 재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일부 장면에서 이야기가 다소 빠르게 전개되는데, 이로 인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물 실사영화의 한계로 지적되는 표정 묘사는 2019년 ‘라이온 킹’보다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2D 애니메이션이나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감정 전달이 미흡한 면이 있습니다. 또 캐릭터 구분이 쉽지 않고, 새로운 넘버들 역시 기존 넘버들에 비하면 임팩트가 약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