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꼭 극장서 보라"...톰 형 극찬한 ‘씨너스: 죄인들’

‘블랙 팬서’ 감독이 직접 각본 쓴 신작
독특한 전개와 연출로 북미서 호평
인종차별·자유·음악 등 복합적 메시지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5-05-29 16:35:17

“라이언, 마이클 그리고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축하를 건넨다. 꼭 극장에서 봐야 하고, 엔드 크레디트가 나올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

지난 4월 톰 크루즈가 SNS에 남겼던 글입니다. 본인이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 얘기가 아니라, ‘씨너스: 죄인들’(이하 ‘씨너스’) 관람 인증샷과 함께 올린 감상평이었습니다. ‘라이언’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 ‘마이클’은 주연인 마이클 B. 조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블랙 팬서’ 시리즈 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톰 크루즈가 극찬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극장을 찾아봤습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 공식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씨너스: 죄인들’ 공식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1932년 미국 시카고에서 갱단으로 활동하던 일란성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은 고향인 미시시피주 클락스데일로 돌아옵니다.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이 있는 이 블루스 탄생지에서 형제는 큰 돈을 벌겠다는 꿈을 안고 흑인 전용 술집 ‘주크 조인트’를 엽니다.

형제는 노래에 소질이 있는 사촌 동생 새미(마일스 케이튼)와 미시시피의 유명 음악가 델타 슬림(델로이 린도)을 섭외해 술집을 블루스 파티장으로 만듭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개업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던 그때, 의문의 백인 3인조가 파티에 참여하려 합니다. 형제는 이들을 쫓아내지만 렘믹(잭 오코넬)과 동료들은 자신들도 뮤지션이라며 수상할 정도로 끈질기게 입장을 시도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집 일대는 공포스러운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 속 쌍둥이 형제. 마이클 B. 조던이 1인 2역 연기를 펼쳤습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씨너스: 죄인들’ 속 쌍둥이 형제. 마이클 B. 조던이 1인 2역 연기를 펼쳤습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씨너스’는 쿠글러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독특한 성격의 예술 영화입니다. 공식 장르는 호러로 분류되지만 음악, 드라마, 현대사 영화로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반부까지는 흑인 음악 영화에 가깝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블루스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새미는 목사인 아버지와 달리 블루스 뮤지션의 길을 걷고 싶어 합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촌 형들은 기타를 사주고 개업식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등 새미를 적극 지원합니다. 미시시피 유명 뮤지션 델타 슬림과 새미의 호소력 짙은 블루스 노래와 연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내포하는 메시지는 기존 음악 영화들과는 다릅니다. 애초 블루스는 1800년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 노예들의 노동가에서 태동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의 정서를 품고 있는 겁니다. 노예제는 폐지됐지만 인종차별이 여전하던 1900년대 들어서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주류를 이뤘는데, 영화는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백인과 흑인이 화장실을 따로 써야 했던 인종차별의 시대인 만큼, 극 중 캐릭터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글러 감독은 영리하게도 이들의 서사를 천천히 공개하면서 관객이 쌍둥이 형제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새미와 슬림의 노래가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는 데에도 한 몫 합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서 새미가 술집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 흥겨운 연주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서 새미가 술집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 흥겨운 연주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씨너스’엔 여러 인상적인 블루스 음악들이 삽입됐는데, 하이라이트는 술집에서의 공연 장면입니다. 손님들이 흥겹게 발을 구르는 소리와 잘 어우러지는 노래 소리가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연출과 맞물려 임팩트를 남깁니다. 이 영화를 아이맥스(IMAX)관이나 사운드 특화관에서 관람할 것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영화는 호러 장르에도 충실합니다. 서스펜스를 증가시키는 요소와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점프 스케어 장치를 적절히 활용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깔아 놓습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중반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장르가 전환됩니다.

앞서 언급한 백인 3인조는 사실 뱀파이어입니다. 아일랜드계 뱀파이어인 렘믹이 KKK(큐클럭스클랜)단에서 활동하는 부부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함께 술집을 찾았습니다. 렘믹 일당에 의해 술집에 모인 이들은 하나둘 뱀파이어로 변하고, 뒤늦게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새미 일행은 공포에 질린 채 뱀파이어 무리와 대적합니다.

‘씨너스’가 기막힌 점은 호러 장르로 전환된 후반부에도 음악을 통한 메시지 전달을 놓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레믹이 새미 일행을 회유하고 위협하는 과정에서 소수자를 향한 억압의 역사, 흑인 문화에 대한 백인의 착취가 연상됩니다. 동시에, 아일랜드계 악역인 레믹이 노래하는 포크송은 억압과 핍박의 역사를 공유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흑인과 아일랜드인의 유사성을 노래를 통해 표현한 것이 독특하고 기발합니다. 레믹과 쌍둥이 형제의 입에서 여러 차례 나오는 ‘자유’에 관한 대사나 KKK가 관련된 대목에서는 억압과 차별에 대한 감독의 비판 의식이 드러납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서 최후의 결투를 앞둔 주인공 일행의 모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서 최후의 결투를 앞둔 주인공 일행의 모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쿠글러 감독의 미적 감각도 좋았습니다. 의상을 비롯한 미술이 뛰어났고, 촬영과 편집도 감각적이었습니다.

‘씨너스’는 미국에서 NC-17(청소년 관람불가)보다 한 단계 아래인 R등급(17세 미만 관람 불가)으로 개봉했습니다. 국내에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지만, 보기 불편할 정도로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성적인 묘사는 자제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 완성도를 끌어올렸습니다. ‘블랙팬서’(2018)에서의 악역 연기로 얼굴을 알린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 연기가 가장 돋보입니다. 다른 조연들의 호연도 몰입을 도왔고, 각 캐릭터가 개성과 매력을 지녔습니다.

새미 역을 맡은 마일스 케이턴의 블루스와 잭 오코넬의 포크송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찾아보게 할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씨너스’를 통해 블루스의 매력에 빠졌다면, 그래미가 사랑하는 밴드 ‘블랙 푸마스’가 차별의 슬픔을 노래한 명곡 ‘컬러스’(Colors)를 들어볼 것을 권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긴 했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사생결단이 본격화되는 부분에서 개연성이 살짝 아쉬웠고, 갈등의 해결 과정이 조금은 허술하기도 했으며 일부 장면에선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또 영화의 만듦새가 뛰어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기존 상업 호러 영화의 플롯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선 ‘씨너스’의 실험적인 연출과 전개가 오히려 복잡하고 잡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편 ‘씨너스’는 새미를 통해 꿈을 좇는 자유에 대해서도 역설합니다. 영화에는 새미와 관련한 두 개의 쿠키영상이 있는데, 하나는 영화가 끝난 직후에 나오지만 나머지 하나는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뒤에야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쿠키영상의 경우 새미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라 볼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 쿠키영상은 여운을 남기는 효과는 있지만, 속편이나 대단한 반전을 암시하는 내용은 아니므로 관람할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 점수는요~: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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