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8-05 18:15:01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건설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계 특성상 4.5일제 도입은 공사비 증가와 공사 기간 연장 등 악재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주 4.5일제 도입을 주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중소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돌입했고, 주 5일제를 먼저 도입했던 금융권도 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업계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주 4.5일제 도입과 건설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는 공사비 상승, 공정 지연,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건설업은 특정 발주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이 생산되는 대표적인 수주 산업이다. 수주 산업 특성상 생산 비용 상승은 계약 변경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나, 지금의 제도에는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게다가 대부분 작업이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옥외산업이라 계절이나 날씨 등 기상적 요인에 의해 근로시간과 근로일수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건설 현장에서는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 주말근무, 연장근무를 빈번히 진행할 수밖에 없다.
건설 현장이 가지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가 도입된다면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 건산연 분석이다.
2018년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앞두고 건산연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공사비 혹은 공사 기간에 변경되는 근로조건이 반영되지 않는 한 근로시간 단축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계절, 날씨 등 변화 요인이 많은 현장 특성상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응답이 64.2%로 뒤를 이었다.
건산연은 공사비 산정 정책 개선, 탄력근로제 확대 등 현실적인 대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주 4.5일제 도입 때는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것이 명백한 만큼 적정 공사비용 산정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보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이 건설 현장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질책하면서 현장의 부담감은 한층 높아졌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안전이나 노동 관리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불의의 사고는 막기 힘들다”며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산재에 대한 경고나 처벌이 강해질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