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2026-11-01 15:49:04
“앞으로는 일본에서 쇼핑을 안 할 것 같아요. 여행 내내 산 물건을 모두 공항 면세 단말기가 있는 곳까지 들고 와서 환급 절차를 밟아야 한다니 너무 번거롭잖아요. 혹여나 통과 못해 검사 대상이 되면 캐리어까지 열어야 하고요.”
1일 오후 2시 30분께 일본 후쿠오카국제공항. 이날부터 시행된 새로운 면세 환급 절차를 경험한 40대 한국인 여성 관광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본이 면세 방식을 ‘즉시 면세’에서 ‘선결제 후정산’으로 전면 변경하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매장에서 여권만 제시하면 소비세를 제외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결제한 뒤 출국할 때 공항에서 별도 확인을 받아야 환급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가 74년 만에 면세제도를 개편한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로 구입한 고가의 물품을 일본 내에서 되팔아 차익을 얻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면세품을 실제 해외로 반출하지 않더라도 구매 단계에서 세금이 면제돼 불법 유통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바뀐 제도에 따라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위탁하기 전에 면세 수속을 마쳐야 한다. 출국장 로비에 설치된 단말기에 여권을 스캔해 ‘그린’ 판정을 받으면 확인 절차가 끝나지만, ‘레드’ 판정을 받으면 세관 검사장에서 구매 물품을 직접 제시해야 한다. 나리타와 하네다, 간사이, 후쿠오카 등 주요 공항에서는 ‘비짓재팬웹’을 통해서도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면세 대상은 한 매장에서 하루에 세전 5000엔 이상 구매한 물품으로, 구매 후 90일 이내 물품만 가능하다. 영수증 단위로 처리돼, 같은 영수증에 포함된 물건 하나라도 출국 전에 먹거나 사용하면 해당 영수증 전체 물품에 대해서 면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환급은 등록한 신용카드 등 지정된 수단이나 현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날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설치된 면세 환급 단말기 12대 앞에는 안내 직원들이 배치돼 관광객들의 수속을 도왔다. 제도 시행 첫날임에도 긴 대기 줄은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매장에서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을 소액으로 구매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환급액에 비해 수속 부담이 크다고 느낄 수 있다. 번거로운 환급 절차 때문에 일본 여행 중 쇼핑을 줄이거나 아예 면세를 포기하겠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한국인 관광객 윤 모(34) 씨는 쇼핑몰에서 9만 원 상당의 장난감을 구입하고 영수증까지 챙겨왔지만 끝내 세금을 환급받지 못했다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윤 씨는 “쇼핑몰에서 별도의 절차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오늘은 5~7분 정도 걸렸지만 줄까지 길었다면 완전히 시간 낭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일본에 먹으러 오지, 굳이 쇼핑하러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 관광업계는 앞으로는 쇼핑을 줄이거나 면세를 포기하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후쿠오카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이 모 씨는 “보통은 손님들에게 공항에 2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안내했지만, 이번 제도 변경 이후로는 3시간 반 전에 도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후쿠오카는 공항과 가까운 것이 장점인데 2000엔(한화 1만 6000원) 정도 환급받자고 3시간 이상 일찍 공항에 가는 것을 아까워하거나 ‘귀찮으니 굳이 사지 않겠다’는 반응도 많다”고 전했다.
모지세관 후쿠오카공항세관지서 야스노리 준 통괄감시관은 “판정은 2~3초면 끝나고, 인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1명당 10초 정도면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면서도 “조금 일찍 오면 안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크인 전에 반드시 면세 수속을 밟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며 “‘레드’ 판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금액이나 수량 등 통상 가져갈 수 있는 양을 넘어 구매한 사람에 대해서는 (물품을 별도로)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일본)/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