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 2026-11-03 09:38:28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8조 원대 해킹을 계기로, 다른 거래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국내 거래소가 이용자 출금을 신속히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주요 가상자산사업자 등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바이낸스 사고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과 사업자별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다른 거래소에 해킹 사고가 났을 때도 출금을 신속히 막을 수 있게 규제를 풀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시행령이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거래소가 이용자의 입출금을 막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기 거래소가 해킹당했다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차단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거래소에서 난 사고까지 여기에 들어가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이번 같은 상황에서 출금을 막았다가 법 위반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업계는 상시 감시 시스템에서 이상이 잡히거나 특정 사건이 생긴 경우를 차단 사유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국이 유권해석이나 비조치 의견서로 규제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공감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인 핫월렛에서 약 63억 달러(약 8조 원)어치 가상자산이 무단으로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임직원 업무용 노트북이 뚫려 내부 시스템에 접근했거나, 거래 승인·서명 시스템에 허가 없이 들어가 자산을 빼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침투 경로를 염두에 두고 국내 사업자의 전산 시스템 접근통제, 지갑 출고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인터넷과 끊긴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자산 비중도 높이라고 주문했다. 현행법상 거래소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둬야 하지만 실제 비중은 업체마다 다르다.
금융위는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과 대응 인력 추가 확보, 비정상 접근 시도의 신속한 보고·공유, 준비금 추가 적립도 당부했다. 거래소별 바이낸스 관련 입출금 현황은 DAXA를 통해 보고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및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여 해킹 등 추가적인 침해사고를 예방하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해킹의 배후로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다. 바이낸스가 한국시간 1일 오후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하자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 집계 기준 49억 달러가 순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