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외면 사이… 부산 춤 공연이 던진 질문 [현장 속으로]

가격 아닌 기획의 힘, 부산 춤 문턱을 낮추다
텅 빈 객석 넘어 관객 친화적 체질 전환 시급
열린 무대와 소통으로 지역 생태계 재건해야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11-02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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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3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콘서트발레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 무대에 선 이강원 발레리노와 김민진 발레리나. 지난 7월 제15회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 듀엣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남녀 공동 금상(1위)을 수상한 두 사람은 이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은영 기자 지난 10월 30~3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콘서트발레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 무대에 선 이강원 발레리노와 김민진 발레리나. 지난 7월 제15회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시니어 듀엣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남녀 공동 금상(1위)을 수상한 두 사람은 이날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은영 기자

지난 주말 부산의 무대는 춤으로 가득했다. 지난달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다섯 개 춤 공연에 모두 약 3650명이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콘서트발레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안무가 유회웅)에 가장 많은 관객일 몰려서 약 1800명, 이어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정윤) 제94회 정기 공연 ‘무가(舞歌) 용호상박’에 약 1000명, (사)대한무용협회 부산지회(회장 남선주) 제64회 부산무용예술제에 약 400명, 한국발레협회 부산·경남지회(지회장 정두순) 주관의 부산·경남발레축제 ‘위드 발레’에 약 300명,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산지부(지부장 김정원)의 2026 부산 전통춤문화제 ‘명무전’에 250명 순이었다. 발레 계열 관객이 약 2000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숫자만 보면 발레의 압승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번 주말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발레 대 한국춤’의 대결이 아니다. 관객이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공연이 관객에게 어떤 문을 열어주었는가의 차이였다. 대학 무용학과가 줄어들며 젊은 춤꾼 배출이 어려워지는 지금, 이 숫자들은 부산 춤 생태계의 현재와 앞날을 동시에 비춘다.

지난 10월 3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콘서트발레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 첫날 공연을 마친 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과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 단원 등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0월 3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콘서트발레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 첫날 공연을 마친 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과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 단원 등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같은 주말, 다른 선택

‘헬로 발레’와 ‘무가 용호상박’은 금·토요일 같은 날짜에 열렸다. 관객의 선택이 갈린 것은 시간대나 가격 때문이 아니라, 공연이 관객에게 문을 열어준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헬로 발레’는 전석 3만 원이었음에도 이틀 동안 약 1800명을 모았다. 유회웅 안무가의 해설과 60인조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 친숙한 레퍼토리, 80분 남짓의 러닝타임이 발레 입문자와 가족 관객의 문턱을 낮췄다. 장르의 깊이를 낮춘 것이 아니라, 장르로 들어오는 문을 넓힌 결과다.

반면 가격만으로는 관객 분포가 설명되지 않는다. 전석 무료였던 부산무용예술제는 전통춤과 현대무용, 발레를 아우르는 6개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약 400명에 그쳤고, 지역 발레단에 이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등 화려한 갈라 라인업의 부산·경남발레축제는 약 300명에 머물렀다. 무료 티켓과 출연진 규모만으로는 대중에게 닿지 못하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과 소통이 없으면 ‘지인과 애호가 중심의 닫힌 잔치’로 끝나기 쉽다는 경고다.

지난 10월 30~3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무용단 제94회 정기 공연 '무가(舞歌) 용호상박' 커튼콜 모습. 이번 공연에서 안무·연출과 함께 주유·조자룡 역을 번갈아 맡아 열연한 이정윤 예술감독(파란색 의상)이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0월 30~3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무용단 제94회 정기 공연 '무가(舞歌) 용호상박' 커튼콜 모습. 이번 공연에서 안무·연출과 함께 주유·조자룡 역을 번갈아 맡아 열연한 이정윤 예술감독(파란색 의상)이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가장 큰 무대, 가장 적은 접점

부산시립무용단의 ‘무가 용호상박’은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춤과 소리를 엮은 가무악 공연으로, 한국춤이 대중적 서사와 만날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다. 다만, 이 작품은 2014년 16분짜리 남성 협무로 시작해 2021년 32분 중편으로 확장됐고, 2024년 제90회 정기 공연에서는 단원 50여 명이 출연하는 65분 장편으로 발전한 데 이어 이번 제94회 정기 공연에서 다시 레퍼토리화 됐다.

관객 성적표는 아쉬웠다. 약 1600석 규모의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이틀간 2회 공연을 올렸으나 총관객은 1000여 명(회당 약 500명), 객석 점유율은 31% 수준에 그쳤다. 1~2만 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를 감안하면 더욱 씁쓸한 성적표다. 지난봄 제93회 정기 공연 ‘바라는 바다’가 이틀 공연에 97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회성 부진이 아니라 기존 관객 너머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구조적 신호다. 문제는 관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키우고 다시 불러들일 구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지역 무용인과의 거리감이다. 시립무용단은 지역 춤 생태계의 구심점이어야 하지만, 정기 공연이 예술감독 1인의 연출·안무·출연과 기존 레퍼토리 재상연에 반복해서 할애된다면 지역 무용인에게는 폐쇄적인 무대로 읽히기 쉽다. 연 2회뿐인 귀한 정기 무대는 새 작품과 새 세대가 만나는 열린 플랫폼이어야 한다.

단원 구성과의 부조화도 짚어야 한다. 여성 단원이 30여 명인 반면 남성 단원은 10명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남성 중심 서사를 대형 레퍼토리로 반복하면 여성 무용수의 무대 기회와 역량 발휘가 제한될 수 있다. 공공 무용단의 레퍼토리 기획은 작품성만이 아니라 단원 구성과 세대교체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지난 1일 오후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열린 부산·경남발레축제 ‘위드 발레’ 커튼콜 현장. 김은영 기자 지난 1일 오후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열린 부산·경남발레축제 ‘위드 발레’ 커튼콜 현장. 김은영 기자

■발레가 앞선 이유

발레가 압도적 관객을 모으는 배경에는 교육 기반이 있다. 학원·콩쿠르·유스발레단·학부모 동반 관람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부산·경남발레축제가 콩쿠르 수상자와 유스발레단, 예고·예대 학생을 무대에 올린 것도 그 증거다.

반면 한국춤과 현대무용은 대학 무용과 축소, 인력 양성의 어려움, 대중 친화적 레퍼토리 부족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전통춤문화제가 5회째를 이어오고, 무용예술제 6개 작품 중 한국춤이 2개를 차지했으며 시립무용단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과제는 전통을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형식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2026 부산 전통춤문화제 ‘명무전’ 무대를 앞두고,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산지부 관계자들이 리허설을 펼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0월 30일 오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2026 부산 전통춤문화제 ‘명무전’ 무대를 앞두고,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산지부 관계자들이 리허설을 펼치고 있다. 김은영 기자

■부산 춤 생태계를 위한 제언

발레의 약진과 한국춤의 선전이 동시에 나타난 이번 주말은 부산 춤 생태계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관객은 가격이 싸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는 형식, “다시 오고 싶다”는 경험을 원한다.

이제 공공단체의 체질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극장 규모의 탄력적 운용이다. 대극장의 30%만 겨우 채우는 관성에서 벗어나, 700~800석 중극장 규모라도 밀도 높게 채우는 경험부터 쌓아야 한다. 실제로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연악당(686석)에서 정기 공연을 올리며 관객 밀도와 몰입도를 극대화해 호평받고 있다.

둘째, 단원 성비를 고려한 현실적 레퍼토리 기획이다. 여성 무용수가 절대다수인 단체 구조를 무시한 남성 위주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 무용수의 독창적 기량과 대규모 군무의 미학을 살리는 전용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예술감독 1인 중심 제작을 벗어난 ‘열린 안무가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연 2회 정기 공연 중 최소 1회는 지역 신진·중견 안무가나 객원 연출가에게 무대를 개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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