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2026-11-02 18:03:20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난임 진료에서는 진단명 하나만으로 임신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는 현재 환자에게 어떤 치료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화병원 제공
남성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정자 수나 운동성 등 정액검사를 통해 남성 난임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액에서 정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무정자증이 확인되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세화병원 진료1과 이상찬 병원장은 “이 과정에서 발견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다”고 말했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남성에게 X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염색체 이상이다. 이 병원장은 “보통 남성은 46,XY인데 클라인펠터 증후군에서는 X염색체가 하나 더 있어 47,XXY가 된다”며 “일상생활 등에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모르고 지내다가 성인이 된 후 난임 검사를 계기로 처음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남성 난임, 특히 무정자증과 관련이 매우 큰 질환이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남성은 대부분 정자 생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고환 조직의 특정 부위에서 극소수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병원장은 “이 때문에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찾는 정자채취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후 정자가 확보되면 시험관아기 시술과 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을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화병원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에서도 클라인펠터 증후군 남성의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이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도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인한 남성 난임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본인의 정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쌍둥이를 임신한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처음 난임 검사를 통해 무정자증이 확인됐고, 이후 염색체검사에서 47,XXY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확인됐다. 병원은 정자 생성 가능성과 환자의 전반적 상태 평가 뒤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확보하는 치료를 진행하고, 확보된 정자는 시험관아기 시술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동결 보관했다. 이 병원장은 “확보된 정자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진행했고, 배아이식 후 임신이 확인돼 현재 부부는 쌍둥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클라인펠터 증후군처럼 정자가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어렵게 확보한 정자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이후 여성의 난자채취와 수정·배아 배양과 이식 과정까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모든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에서 정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정자를 채취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자채취 가능 여부와 임신 결과는 환자의 연령과 고환 기능, 호르몬 상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평가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이 병원장은 난임 진료에서 진단명 하나만으로 임신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 현재 환자에게 어떤 치료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액에서 정자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고환 안에도 정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무정자증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이다”고 말했다.
난임치료의 시작은 단순히 시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남아 있는 가능성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임신이라는 목표까지 연결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