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는 13년의 시간이 흐른 뒤, 국일병원에서 다시금 재회하게 되는 홍지홍(김래원) 유혜정(박신혜) 진서우(이성경) 정윤도(윤균상)의 모습이 그려졌다.
혜정은 신고식부터 스펙타클했다. 국일병원 신경외과 펠로우 신분으로 첫 등장한 혜정은 갑작스레 부상을 입은채 병원을 찾은 조직 보스(이기우)를 임의로 수술했다. 절차를 밟아야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 날은 '원칙주의'를 내세우는 신경외과 스태프 윤도가 야간 당직을 서는 날이었다. 윤도는 자신의 근무시간에 인지하지 못했던 수술이 진행됐다는 소식에 분노했고, 곧장 혜정을 불러냈다.
혜정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뛰어오라고 했는데 걸어왔네요"라고 자신을 압박하는 윤도에게 "수술을 지체할 시간 없었어요. 기록 보시면 아실겁니다"라며 "응급 수술을 할만한 상황이라면 저한테 미안하다고 해야할겁니다"라고 맞대응한 것. 시작부터 자신의 원칙을 짓밟은 윤도는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1라운드는 혜정의 승리였다. 부원장 태호(장현성)의 주관 아래 신경외과 전체 인원이 모여 해당 사건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 결과 '펠로우의 재량'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 이성적이고 냉철한 윤도는 혜정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유혜정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받은 것은 반드시 되돌려준다는 말 또한 잊지 않으며 둘 사이의 관계가 평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떠들썩한 새 펠로우 등장 소식에 서우 또한 기대와 호기심을 가졌다. 마찬가지로 펠로우인 자신과 스태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상대일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수술 실력까지 갖췄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 이내 혜정을 마주한 순간 서우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고교 시절 자신의 친구였던 순희(문지인), 또 짝사랑했던 선생님 지홍의 마음까지 앗아간 혜정이 지금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펠로우라니 말이다. 서우는 모든 것을 가진 자신과 믿을 수 없는 발전을 이룬 혜정이 함께 경쟁한다는 것이 너무나 비참했고, 또 그런 혜정이 미웠다.
서우는 "네가 의사야? 난 아직도 널 보면 화가 나"라며 "어떻게 너 같은 인간하고 같은 곳에서 일을 하니"고 심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또 일주일 뒤 지홍이 신경외과 교수로 부임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선생님 때문에 우리 병원에 온거지?"라는 말로 고교 시절의 악몽을 들춰냈다.
얼마 후 미국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국일병원으로 부임한 지홍도 혜정과 운명처럼 재회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환자가 발생해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의식이 없어 급히 수술을 진행해야했던 상황. 헬기로 긴급 이송된 도착지에서 환자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혜정이었다.
13년 전 사제지간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던 두 사람은 오랜 만에 재회에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혜정은 환자 상태를 물으며 인사를 대신했고, 지홍은 "결혼 했니? 안했으면 됐다"는 의미심장한 답으로 긴 공백의 시간을 대신했다.
특히 며칠 뒤 혜정이 운동을 하고 있던 체육관에 찾은 지홍은 그녀와 장난으로 몸싸움을 하던 도중, 갑작스레 밀착된 채 서로를 쳐다봐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13년 전 과학실에서 느꼈던 사제지간 이상의 감정보다 분명 더 컸다.
'완성체'로 국일병원에 모인 네 사람과 주변의 인물들은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단순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며 세심하다.
혜정의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의 수술을 집도하던 도중, 그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서우의 아빠 진명훈(엄효섭)과 혜정의 갈등도 점차 강해질 전망이다. 혜정은 펠로우 부임과 동시에 과거 말순의 수술 기록을 뒤져봤지만, 유난히 높은 보안 등급으로 열람할 수 없어 말순의 죽음에 얽힌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예고했다.
한편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전개는 아쉬웠다. 전개가 더뎌진다 싶으면 꼭 주변에 사람이 쓰러지는 장면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끌어온 것이 그 예다. 의학드라마라는 특성상 불가피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몰입도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전개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사진='닥터스'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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