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vs '뷰티풀마인드', 엇갈린 명암…어디서부터 문제일까

2016-07-11 08:33:28

첫 방송부터 희비가 갈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어느새 다섯 배 가까운 차이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달 20일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와 KBS2 '뷰티풀마인드'는 한날 한시 첫 방송됐다는 점, 그리고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라는 공통점이 맞물려 드라마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예측 또한 엇갈렸다. 통통 튀는 로맨스를 바탕으로한 '닥터스'와 스릴러적인 요소를 첨가한 '뷰티풀마인드'는 첫방송 전부터 다양한 추측을 불러 일으키며 '월화극 대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조금 싱겁다. 6회 분이 방송된 현재 '닥터스'와 '뷰티풀마인드'는 닐슨 코리아 기준 19.7%, 4.0%의 시청률을 각각 보이며 차이가 꽤 벌어진 상황이다. 치열했던 접전을 예고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의외다.
 
두 드라마의 희비가 엇갈리게된 포인트와 시청자들의 평가 등을 짚어봤다.
 
■ 일상에 지친 시청자? '닥터스'의 경쾌함 통했다
 
 
'닥터스'는 출연진의 이름만 보더라도 설렘을 자극한다.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박신혜와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라이징스타로 떠오른 이성경, 2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원조 로코남' 김래원까지. 여기에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민석과 지수 등 조연진까지도 로맨스라는 키워드와 꼭 어울린다.
 
극의 흐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병원을 배경으로하는 의학드라마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벗겨내면 영락 없는 멜로물이다. 선생과 제자가 훗날 사랑에 빠진다는 흐름, 그리고 이 관계를 질투하는 캐릭터의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언제나 '평타를 치는' 소재다.
 
연출을 맡은 오충환 PD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만남이 이뤄지고 성장하고 사랑하는지를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멜로물에 정점을 찍는 명대사 또한 빛난다. 13년 만에 재회한 제자 유혜정(박신혜)에게 "애인 있니? 결혼은 했고? 그럼 됐다"라고 말하는 홍지홍(김래원)의 첫마디는 물론, 빗속에서 키스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은 멜로물의 전형적인 매력을 어필했다는 평이다.
 
'뷰티풀마인드'는 작품성을 택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는 이영오(장혁)가 의사로 등장한다는 스산한 감정을 바탕으로, 그가 타인의 감정을 인지해가는 과정을 그려내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색적인 묘미와 감정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철저한 훈련으로 감정을 흉내내며 보통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이를 모두 들켜버리고 광기 어린 행동을 하는 이영오의 감정 표현은 '뷰티풀마인드'를 이끄는 힘이다.
 
문제는 이처럼 휴머니즘에 대한 고찰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무거운 고찰 보다는 경쾌한 감정을 택했고, 이는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 등은 차후 재평가될 사안이다.
  
■ '사이다' 박신혜 vs '고구마' 박소담
 

극 중 배역일 뿐이고 배우의 역량과는 분명히 별개인 문제다. 그러나 박신혜의 유혜정과 박소담의 계진성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혜정은 어릴 적 '깡패' 여고생이었다.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부모님과는 어릴 적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녀의 유일한 가족은 할머니(김영애) 뿐이었다. 공부라는 것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속된 말로 '막 사는 학생'이었다.
 
지홍은 그녀에게 자극제이자 동기부여가 됐다. 우연찮은 기회에 위기에 놓인 환자를 구해내는 지홍의 모습을 보며 그를 동경하게 됐고, "뇌에도 감정이 있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홍과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수학 공부는 '전교 1등'이라는 결과를 냈고, 국일병원 신경외과 의사라는 인생 역전 스토리를 쓰고 있는 그녀다.
 
사랑도 선수(?)다. 선생과 제자로 만났던 13년 전과 달리, 의사와 의사로 대면한 현재는 지홍의 마음은 물론, 정윤도(윤균상)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의사가 됐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과 통쾌한 액션신 마저 거침이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전형적인 '캔디형' 주인공이다.
 
'뷰티풀마인드'의 계진성(박소담)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박신혜의 유혜정과 달리, 어딘가 모르게 극의 흐름을 끊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는 5회 분에서 등장한다. 진성은 향정신성 의약품 위반 혐의로 그를 긴급체포했다. 다소 부족한 개연성에 시청자들은 답답한 심정을 가질 가능성이 충분했다.
 
드라마를 대표하는 남녀 주인공인 만큼 갈등의 구도 또한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고구마 전개'를 담당하는 인물이 악역이 아닌, 여자 주인공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아직 1/3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든지 대반전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과 같은 형태가 유지된다면 '닥터스'의 벽은 너무나 높아보인다.
 
사진=KBS2, SBS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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