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간 성접촉이 있는 중고교생이 약물사용과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두석·이동윤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8만여명의 남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5년치(2008~2012)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중고교생은 모두 37만 3천371명. 이 가운데 2천306명(0.6%)이 동성과 성접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접촉은 키스를 비롯해 애무, 성관계 등이 모두 포함됐다.
성별로는 남학생(1천360명)이 여학생(946명)보다 더 많았다. 연구팀은 동성과 성접촉이 있었다고 답한 '성소수자' 집단의 건강 위험도를 이성과 성접촉이 있었던 집단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성소수자가 약물사용과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는 일반 학생군에 비해 각각 13.54배, 8.09배로 나타났다. 동성애를 경험한 학생이 나쁜 약물에 손을 대거나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그만큼 더 크다는 얘기다.
성소수자 그룹은 음주와 흡연에 노출될 위험도 각각 2.84배, 4.24배 높았다.
또 동성과 성접촉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이성과 성접촉을 경험한 경우에 견줘 우울감 2.23배, 자살 생각 2.75배, 자살시도 4.18배 등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평가됐다.
이동윤 교수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춘기 시기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청소년들의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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