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7차전' 순종 2년 vs 대한민국 정부 수립...누가 이겨도 새 역사

2016-11-03 09:18:30

10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시카고 컵스. 사진=구단 트위터 캡쳐

어느 팀이 이기든 역사는 새로 쓰이게 된다. 108과 68이라는 숫자에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8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와 68년 만에 다시 정상을 향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3일(한국시간) 오전 9시 오하이오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월드시리즈 7차전을 갖는다.
 
▲ 순종 2년 vs 대한민국 정부 수립
 
두 팀의 마지막 우승을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해 보면 '아득하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지금부터 108년 전인 1908년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순종 황제 시절이었다. 심지어 컵스의 지난 월드시리즈 진출은 71년 전인 1945년이다. 한반도가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해다.
 
특히 이때 한 컵스 팬이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 애완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다 제지당했다. 이 팬은 "앞으로 리글리 필드에서 컵스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유명한 '염소의 저주'를 내렸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진출이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컵스 다음으로 오랜 기간 우승이 없는 팀이다. 마지막 우승은 68년 전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인 1948년이다.
 
클리블랜드 역시 1951년 팀 로고를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해 '와후추장의 저주'라는 꼬리표를 달게됐다. 클리블랜드의 로고는 인디언 추장이다.
 
▲ 코리 클루버, 제 2의 '매드범' 되나
 

6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사진=구단 트위터 캡쳐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승에는 에이스였던 메디슨 범가너의 활약이 대단히 컸다. 당시 범가너는 1차전 7이닝 1실점 승리, 5차전 완봉승, 7차전 5이닝 세이브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메드(Mad)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는 클리블랜드의 에이스인 코리 클루버가 '매드범'의 바통을 이으려 하고 있다.
 
클루버는 1차전에서 첫 3이닝 8탈삼진이라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우며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해 6-0 승리를 이끌었다. 사흘 휴식 후 나선 4차전에서는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 88구, 4차전 81구를 던지며 상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한 클루버는 사흘을 쉰 이후인 7차전에서 다시 선발 투수로 나선다.
 
월드시리즈 1차전과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건 1990년 신시내티 레즈의 호세 리조 이후 클루버가 최초다. 또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크리스 카펜터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3차례 선발로 나선다.
 
만약 클루버가 승리투수가 된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단일 시리즈에서 선발투수로서 3승을 거둔 선수가 된다. 이는 196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미키 로리치 이후 50년 만이다.
 
클루버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4승 1패 0.89 평균자책점으로 '언터처블' 모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사흘 후 등판이 계속돼 체력적인 문제가 마지막에 터질 수도 있다. 다만 본인은 "사흘 휴식과 나흘 휴식의 차이를 모르겠다"며 호투를 자신하고 있다.
 
▲ 시카고컵스, 최강 프론트와 선수진...흐름도 가져가나
 
2004년까지 '염소의 저주'와 쌍벽을 이루던 저주는 86년간 우승하지 못했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다. 하지만 현재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과 제드 호이어 단장은 2004년 당시 보스턴이 저주를 깰 때 프론트로서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컵스의 존 레스터(2007, 2013), 존 래키와 데이빗 로스(2013)도 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 반지를 따냈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흐름도 컵스 쪽이다. 4차전까지 컵스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암담했다. 하지만 연속으로 5,6차전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승 3패에서 3연승을 거둔 팀은 단 4번 뿐이다. 마지막은 31년 전인 198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주인공이다. 컵스가 역사상 5번째의 주인공이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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