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외과는 치질수술로부터 시작됐다.
8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루이 14세의 치질 수술로 외과의 위상을 바꿔놓은 한 이발사가 소개됐다.
1685년 프랑스 파리에는 샤를 프랑수아즈 펠릭스라는 이발사가 있었다. 귀족들의 이발을 맡았던 그는 천한 신분이었지만 외과의사도 겸하고 있었다.
당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던 내과의사는 지위가 높았던 반면 외과의사는 전문교육이 없어도 가능했다. 또 마취, 개복수술 등은 전혀 없던 시절로 지혈, 고름빼기, 종기제거 등 간단한 시술만 가능했다. 때문에 칼을 쓴다는 이유로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러던 어느날 왕 루이 14세가 펠릭스를 불렀다. 그는 치질을 앓고 있었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주치의들이 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맡기기로 결정했던 것.
하지만 당시 치질수술이 가능한 외과의사는 없었고, 펠릭스 역시 난감했다. 하지만 왕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던 그는 6개월의 시간을 요청했다. 그리고 6개월 후 후유증, 합병증 없이 수술은 대성공했다.
이에 루이 14세는 펠릭스에게 대저택, 거액의 하사금 등을 수여했다. 그리고 이 소문이 퍼지자 펠릭스는 치질 수술을 의뢰 받으며 큰 돈을 벌었다.
사실 치질 수술의 성공에는 비밀이 있었다. 그는 6개월간 치질을 앓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들여 연습을 해왔고, 과다출혈이나 세균감염으로 무려 75명이나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수술의 성공으로 외과의사의 지위는 수직상승하게 됐다. 루이 14세는 프랑스 대학에 외과강의를 개설하고, 이발사와 외과의사의 업무를 분리시키는 법을 제정하게 됐다.
1731년 설립된 프랑스외과왕립아카데미에는 펠릭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또 사람들은 "프랑스의 외과는 치질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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