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단체, 농아인 500여 명 상대로 280억 투자사기

2017-02-09 14:20:27

농아인 단체가 전국 농아인 수백 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280억 원을 투자 명목으로 받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농아인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로 농아인 단체 '행복팀' 총책 김 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 농아인들을 회유·관리한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김 씨 등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 명으로부터 280억 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웠고 금융지식도 부족했던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전화 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6억 원까지 '행복팀'에 투자했으며 피해금액은 최대 300억∼400억 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보호자를 사칭해 농아인들이 대출할 때 금융기관에 동행, 투자금을 송금하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 투자가 99%이며 농아인 투자는 1%에 불과하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 '집, 고급 외제차, 연금도 나온다'고 농아인들을 속였다.

'행복팀'은 내부에서 '제일 높은 분'으로 통한 총책 김 씨 밑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전국 조직을 대전팀,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등 4개로 나눠 관리했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대표는 팀원들에게 지시해 농아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화해 김 씨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했다.

투자자 물색 등 회원들을 직접 관리한 팀원들은 농아인들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하면 4∼5명씩 집이나 직장으로 몰려가 협박하거나 회유했다. 또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충성맹세서'를 받거나 '대표·팀장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것이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 김 씨는 고급주택에 살면서 수 억원대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탔고 수 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경찰은 이들 투자 사기조직에 대해 이례적으로 범죄단체조직혐의를 적용하고, 지역대표들 주거지 등에서 현금 약 7억 원과 범행에 사용된 통장 160여개, 외제차 13대를 압수했다.

한편 농아인 사기 피해자 60여명은 이날 창원중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0억대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은 해산하라"며 장애인의 삶을 파괴하는 사기 집단 엄벌을 촉구했다.

김길수 기자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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