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등 내년 객관식 시험 폐지

2017-04-27 15:33:38

내년부터 부산의 초등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문항이 사라진다. 대신 서술·논술형 문항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한다. 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전면 폐지는 유례가 없는 일로, 진보 교육감의 파격적인 교육 실험으로 평가된다.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정답 고르기 중심의 객관식 평가는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서술·논술형 문항으로 평가
전국 최초 파격적 교육 실험
학생·교사 부담 가중 우려도

현재 부산의 308개 초등학교에서는 학업성취도 확인을 위해 매 학기 2회씩 총 4회에 걸쳐 '총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필고사의 다수 문항이 4~5개의 선택지 안에서 정답을 고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번호 고르기식 평가'가 없어지게 됐다. 또 '임진왜란은 몇 년에 일어났는가'와 같은 단답형 주관식 문항도 사라진다.

시교육청은 내년 시행에 앞서 올해 하반기 10개 학교를 시범 학교로 선정해 운영한다. 시범 학교에는 교과별 성취기준 중심의 서술·논술형 시험 문항을 제공한다. 또 학부모 의견 수렴과 평가기준 마련을 위해 6월 공청회와 설명회를 개최하고, 7월과 8월에는 평가전문가 연수도 실시한다.

김 교육감은 "새로운 평가 방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아이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토론과 질문이 있는 수업을 통해 문제해결력과 자기학습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이다. 학부모연대 이정은 대표는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생소한 서술·논술형 시험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 편의 중심의 평가 방식이 학생 역량 측정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문장을 토대로 한 측정에 많은 교사가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측은 "이미 '2017학년도 초등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을 통해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도록 안내했고, '기초학력지원시스템 문제은행'을 통해 서술·논술형의 우수 평가문항 자료를 연 2회 제공하고 있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지연·임태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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