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1-13 10:16:16
여야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처에 대한 무력 사용 검토 지시 보도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야당은 “내전이 벌어지든, 나라가 망하든 나만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야당은 “경호처가 무력 사용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영장 집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성훈 경호차장이 지난 토요일 경호처 대테러팀에게 ‘완전군장을 착용하고 화기는 가방에 넣고 실탄까지 챙겨라. 다만 삽탄은 하지 마라. 이렇게 해서 매스컴에 노출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도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 차장에게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윤 의원은 경호처 직원의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경호처 직원은 메시지에서 “윤석열 씨가 본인의 체포를 막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라고 지시한 상황에 대해서 당신을 경호하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믿을 수 없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윤석열 씨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호처 강성 지휘부를 멀리하고 국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윤 의원은 “공권력과 공권력의 싸움을 부추기는 게 윤석열 씨가 지금 하고 있는 행태”라면서 “대한민국의 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경호처 자체를 사병으로 둔갑시키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총을 쏴서라도 그것(체포)을 막으라고 한 윤석열은 너무 나쁜 사람”이라며 “경호처 직원이 총알받이가 되든, 극단적으로는 내전이 벌어지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나만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영장 집행을 방해하라면서 총을 쓰라고 하면 경호처 직원들이 따를 수 있겠느냐”면서 “(무력 사용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무력 사용 지시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흘러나오지 않으면 보도될 수 없는 내용들”이라며 “유혈 사태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중화기를 사용해서라도 지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거의 막바지까지 다 밀려 있는 것”이라며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데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공권력 간 충돌에 의한 유혈 사태 우려가 높아지는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공수처를 비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유혈 사태 우려도 있는데 윤 대통령이 자진 출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에 가서 무슨 조사를 받겠느냐”고 답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국가수사본부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화력,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하는데 경찰 내부에도 굉장히 반발이 많은 것 같다”면서 “경호처법에 따른 경호 업무와 영장 집행 업무가 서로 충돌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은 막아야 한다”면서 “공수처가 군사 작전하듯이 이렇게 (영장 집행을) 하겠다는 것을 하루빨리 단념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대통령을 포승줄로 묶어 수갑을 채워 대중 앞에서 망신을 주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금 많은 국민은 공수처와 경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해 조급하게 체포 작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며 “더 이상 국민들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