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6개월 이상 부주의 지속 땐 의심…직장·대인관계에 ‘악영향’

아동기 과잉행동과 양상 달라 ‘오인’
공존 질환에 가려져서 진단 늦어져
20개국 성인 ADHD 유병률 약 3.4%
약물·인지행동치료 병행하면 도움 돼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2026-03-17 07:00:00

부산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성인 ADHD의 임상 진단은 생애 신경발달, 기능 손상, 지속성, 공존 질환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나병원 제공 부산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성인 ADHD의 임상 진단은 생애 신경발달, 기능 손상, 지속성, 공존 질환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나병원 제공

“어릴 때부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늘 어려웠다.” 올해 초 영화배우 청룽(성룡)이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인 ADHD’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유튜브나 SNS에서도 ‘집중을 못 하면 ADHD인가’와 같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스스로를 ‘성인 ADHD’라고 칭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질환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 평생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질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 등의 증상이 나타나 가정·학교·사회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신경발달장애이다. 과거에는 주로 아동·청소년기에 국한된 질환으로 여겼으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성인기에도 ADHD라는 질환이 진단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가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성인 ADHD의 유병률은 약 3.4%로 나왔다.

의료법인 인혜의료재단 가나병원의 서민효 진료부장은 “아동기 ADHD 환자의 약 50% 이상이 성인기까지 주요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ADHD는 아동기를 지나 평생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질환임에도 성인 환자는 성격적 결함이 있거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오인을 받기 쉽고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성인 ADHD 진단은 쉽지가 않다. 원칙적으로 12세 이전부터 주의력 저하 또는 과잉행동 등 증상이 존재해야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어릴 때의 증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약 60~80%는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또는 물질 사용 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인 ADHD의 존재가 공존 질환에 가려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성인 ADHD 진단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부주의 또는 충동성 증상이 있어야 하며, 직장·가정 등 2개 이상 환경에서 문제가 나타나야 한다. 서 진료부장은 “집에서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직장에선 별일이 없으면 성인 ADHD가 아닌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기능의 손상이다. 반복적으로 일상적 업무 마감이 어렵거나 재정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갈등이 지속되는 ‘일상 기능 손상’이 일어난다면 병원 진료가 꼭 필요하다.

서 진료부장은 현대 임상을 반영한 ‘진짜 ADHD’ 환자의 특징 7가지를 소개했다. △실행 마찰 △시간 감각 왜곡 △감정 조절의 롤러코스터 △과집중 △반복 업무에 취약 △환경이 바뀌면 증상이 크게 변함 △스프린트형 삶의 패턴이다.

‘실행 마찰’은 전두엽에서 실행 신호 생성이 지연되며 ‘해야 하는 건 아는데 시작이 안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지연되지만, 마감 직전 초집중을 하고 이후 탈진하는 양상을 보인다. 일반인의 생각과 가장 다른 부분이 ‘과집중’인데, ADHD 환자는 자기 관심 분야에 몰입도가 매우 높다. 시간의 흐름을 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진단 받는 것이 치료의 시작

성인 ADHD는 정확히 진단만 된다면 약물 치료율이 높은 질환 중 하나이다.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ADHD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메틸페니데이트 같은 자극제는 도파민 시스템 활성화를 돕는다. 자극제가 부담되거나 불안이 높은 경우에는 아토목세틴 같은 비자극제 약물을 사용한다. 이들 약물을 선택할 때는 심혈관 질환 여부, 약물 남용 위험성, 공존하는 정신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은 ADHD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나 실행 기능 자체를 학습시키지는 못한다. 서 진료부장은 “약물 단독 치료보다 인지행동치료와 환경 개입을 병행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라며 “시간 관리, 일정 구조화, 작업 분할 전략 등을 배우면 성인 ADHD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실행 기능을 직접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성인 ADHD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은 ‘집중력 저하=ADHD’로 해석하는 과잉 진단과 ‘의지 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진단 부재로 극단적으로 나뉜다. 서 진료부장은 “성인 ADHD가 개인의 능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과 높은 에너지,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 능력은 많은 ADHD 환자가 가진 장점으로 언급된다”라며 “ADHD를 신경 다양성의 특성으로 보고 삶의 적응 과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한다”라고 덧붙였다.

32세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현직 약사 비스카차 씨는 만화 에세이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유유히)를 펴냈다. 책에서 저자는 약을 쓰는 것과 별개로 늦게라도 ADHD 진단을 받는 것 자체가 치료의 시작이라고 했다. 자신이 살면서 겪은 어려움이 무엇 때문이지 그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스카차 씨는 “결국 내 ADHD 뇌를 파악하고, 스스로 끊임없이 훈련하고 또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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