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1만 2500원에서 600원으로... 역대급 풍년에 우는 오만둥이

작년 200~300t 수확, 키로당 1만 2500원
올해 1만t 넘게 수확 키로 600원 급락
마산만 청정 사업과 고수온 버텨 공급↑
“풍작에 고생했는데 인건비도 안나와”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2025-03-13 15:42:24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서 당일 수확한 오만둥이. 강대한 기자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서 당일 수확한 오만둥이. 강대한 기자

“오랜만에 오만디(오만둥이) 풍작인데, 몸만 고되고 남는 건 하나도 없네요.”

13일 오전 8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 내 위판장. 푸릇한 바닷가가 눈에 들어오더니 이내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부둣가에 줄줄이 정박된 어선들 사이에 어민 6~7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갓 수확한 오만둥이를 이송 중이다.

4t급 어선 내 그득한 그물망을 소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더니 “옆으로, 아래로” 큰소리가 몇 번 오갔다. 대형 드럼통 위에 멈춰서 그물망을 풀어제끼니, 둥그렇고 자그마한 오만둥이가 쏟아져 금세 드럼통을 가득 채웠다.

이미 제철을 지나 끝물에 다다른 오만둥이지만 물량이 줄기는커녕 여전히 작황이 좋다. 양식장에서 걷어 올리는 그물마다 오만둥이가 빼곡하게 부착돼 있다.

이날도 이른 새벽부터 양식장에 나갔던 어민들이 조업을 마치고 뭍으로 돌아와 세척 작업에 들어갔다. 30여분 만에 대기 중이던 화물차에 500kg짜리 드럼통 8개가 착착 실렸다.

역대급 풍년에도 출하를 마친 어민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한 어민은 “이렇게 한가득 팔아도 인건비도 안 나온다. 오만둥이 가격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밑지는 장사랑 다를 게 없다”고 털어놨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 관계자들이 13일 수확한 오만둥이 소형 크레인을 이용해 드럼통에 옮겨 싣고 있다. 강대한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 관계자들이 13일 수확한 오만둥이 소형 크레인을 이용해 드럼통에 옮겨 싣고 있다. 강대한 기자

경남 마산에서 주로 생산되는 오만둥이 가격이 작년에 정점을 찍더니 올해는 시쳇말로 ‘똥값’이 됐다. 바다 환경 변화에 공급량이 요동치면서 판매가가 추락했다.

마산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 따르면 올해 기준 오만둥이 유통 판매가는 1kg에 600원. 지난해 1kg에 1만 2500원에 거래되던 걸 감안하면 작년 가격의 5% 수준도 안된다. 지난해 유독 흉작이던 오만둥이가 올해는 차고 넘치는 마산이다.

지난해 마산 오만둥이는 빈산소수괴(산소부족물덩어리) 등으로 수확량이 300t에도 못 미쳤다. 올해는 그보다 무려 30배 이상 많은 1만t이 수확됐다.

오만둥이는 주로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물이다. 도내 135개 어장(500여ha)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마산 진동 앞바다가 최대 산지다.

마산은 74개 어장(265ha)에서 전국 생산량 약 70%를 맡고 있다. 주로 9~12월이 제철로 알려져 있으나, 마산에서는 전·후기로 나눠 8~11월 1차, 12~3월 2차에 걸쳐 수확한다.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서 당일 수확한 오만둥이. 강대한 기자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서 당일 수확한 오만둥이. 강대한 기자

올해 풍작은 진동만 청정 재생사업 덕이 크다. 최근에는 50억 원을 들여 진동만 500ha 오염원 1500t을 처리하기도 했다.

과밀·노후화된 양식장과 주변 해역에 오염 퇴적물과 폐기물을 처리해 바다 환경을 개선했더니 수확량이 폭증한 것이다.

여기에 오만둥이의 생식 특성도 한몫했다. 지난해 여름 30도에 달하는 고수온으로 미더덕·멍게 같은 피낭류 생물이 대부분 폐사했지만 30도에도 버텨낸 오만둥이는 피해를 고스란히 피해갔다.

공급량이 급증하면 유통업계 등 소비처에서 당연히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마련이다. 결국 올해 오만둥이 가격은 바닥을 찍게 됐다.

냉동 보관으로 재고를 쌓으려 해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내년 작황까지 좋을 경우 자칫 더 골치 아픈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어민들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오만둥이를 헐값에 거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윤덕 미더덕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아무리 농수산물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등락이 있다지만 올해 상황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영세한 어민들의 고생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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