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6-05-16 13:34:28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파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이른바 ‘노노(勞勞)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본인 소속 부서와 이름 그리고 사진까지 공개하며 “파업에 동참”한다는 이른바 ‘릴레이 인증’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노조원들은 파업에 불참하는 이를 특정해 “자녀상을 당하길, 결혼 못하는 이유가 있다” 등의 조롱성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부 익명 커뮤니티와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직원들이 자신의 소속 부서와 이름,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하며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글을 연이어 올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총파업 기간에 부서원 대부분이 휴가를 냈다”, “업무 협조가 와도 최근에는 아무런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등의 글을 올리며 총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을 사실상 간접적으로 특정하며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불참자를 겨냥해 “회사에 충성하는 스킬이 저 정도 아니면 안 나올 스케일”, “꼭 자녀상 복지 누리길 바란다” 등의 원색적 표현이 담아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개인 선택 문제를 넘어 사실상 심리적 압박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릴레이처럼 인증 글이 올라오다 보니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파업에 불참하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라며 “익명 커뮤니티라고 하지만 부서와 이름까지 공개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고 특정 인물을 마녀사냥 하는 것이 무섭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도 “파업 참여 여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인데 최근에는 ‘같이 안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노사 갈등보다 내부 직원들끼리 감정 싸움이 커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도 사내 직원 간 갈등이 풀릴 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파업 불참자에 대해 ‘자녀상’을 운운하는 직원의 게시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쳐.
삼성전자 역시 이같은 내부 갈등 확산 가능성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회사는 최근 DS부문 부서장들에게 “쟁의 참여 여부는 개인 자유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참여를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메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인 참여 요구 △원치 않는 참여 여부 확인 및 공개 △타인의 근태 무단 조회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부서원이 있는 경우 즉시 회사에 공유하거나 조직문화 SOS를 통해 관련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부서원들에게 안내해달라고 공지했다. 이에 일부 부서장들은 부서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하며 “상호 존중의 건전한 조직 문화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팀원들의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이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향후 조직 문화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DS와 DX 간 성과급 체감 차이, 노조 노선 갈등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강경 투쟁 국면이 이어지며 내부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전·스마트폰·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은 삼성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사업 성과급 투쟁에만 매몰돼 DX부문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DX부문 조합원 수천 명이 초기업노조를 탈퇴하고 있으며, 일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집단행동 과정에서 개인 신상과 참여 여부가 사실상 공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내부적으로 큰 압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 측이 별도로 ‘강요 금지’ 메시지를 낸 것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