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3-23 18:24:33
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취재진이 찾은 산청군은 진입 초입부터 연무가 자욱해 운전 중에도 시야를 확보하기 힘들었다. 초대형 산불이 시작된 시천면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보이자마자 이내 인근 산이 눈에 들어왔다. 야산은 곳곳마다 흡사 전쟁 중 폭격이라도 당한 듯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흘째 이어지는 진화대원들의 구슬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그스름한 불길도 눈에 들어왔다. 화마가 산기슭을 따라 듬성듬성 남겨둔 잔불이었다.
취재진이 차에서 내리자 온 사방은 잿가루였다. 메케한 연기가 코를 찌르고 이내 목이 텁텁하더니 헛기침부터 나왔다. 거듭된 산불에 시천면은 이미 황폐화가 된 모양새였다. 지나는 도로마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배치돼 소방 호스를 길게 뽑아내 산으로 물을 연신 쏴대고 있었다. 현장엔 산림·소방·경찰·군부대·봉사자 등 대응 관계자들만 남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잡혀가던 산불이 바람을 타고 다시 확산하고 있다”면서 “가까이 오면 안 된다”고 말하곤 다시 현장 지원을 위해 뛰어갔다.
시천면 일대는 주변 동네는 이미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뒤라 진화대원을 제외한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휴대전화로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가 연신 울려대며 대피 안내를 할 뿐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0분께 이곳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청 산불은 진화율 75%를 보이다가 확산하면서 한때 30%로 떨어졌다. 산림 당국은 헬기 31대와 인력 2200여 명과 진화 차량 210여 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지만 민가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23일 기준 산청군 산불의 영향 구역은 총 1362ha에 달한다. 불길이 지나는 화선만 42km다. 이 불로 시천면과 인근 부락 주민 460명이 집을 버리고 임시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다. 주택과 사찰 등 15채가 전소했다. 이날 오전 정부는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