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재미는 있지만 새로울 게 없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5-07-04 10:35:19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모두 이번 달 개봉하는 ‘신작’입니다. 이미 속편이 나올 만큼 나온 시리즈물입니다.

영화계엔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속편이 원작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징크스입니다. 1편의 신선한 충격을 2편에서 똑같이 주기는 어려우니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할리우드에서는 연신 과거 흥행한 시리즈를 ‘재활용’한 영화를 내고 있습니다. 이미 원작보다 못한 속물을 경험한 관객 입장에선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이들 ‘재탕’을 치는 할리우드 영화 중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하 ‘쥬라기 월드 4’)이 가장 먼저 국내 관객과 만났습니다. 제목처럼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요? 지난 1일 극장에서 감상한 후기를 남깁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공전의 히트를 친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계승한 ‘쥬라기 월드’ 4편은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습니다. 에드워즈 감독은 괴수물과 공상과학 영화 경력이 화려합니다. ‘몬스터즈’(2010), ‘고질라’(201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크리에이터’(2023) 등을 만들었습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듯 영상미 하나는 확실한데, 완성도는 기복이 있는 감독입니다.

‘쥬라기 월드 4’는 공룡이 다시 세상에 나타난 지 5년이 지난 뒤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상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고대와 환경이 비슷한 적도 인근 몇몇 섬에서만 일부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공룡 서식지에 민간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공룡에 대한 인류의 관심도 식어버린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거대 제약회사의 고위급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공룡의 DNA를 활용하면 사람의 심장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약을 개발하려면 심장이 가장 거대한 공룡 3종의 혈액 샘플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공룡 서식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혈액 샘플 채취도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틴은 소수 정예의 팀을 꾸립니다. 구출·구조 특수 요원인 조라(스칼릿 조핸슨)와 그의 옛 동료들은 거액의 돈을 위해, 공룡 전문가인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는 야생의 공룡의 관찰하기 위해 함께 손을 잡고 적도로 향합니다.

여기에 두 딸과 함께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하다가 공룡의 공격에 조난 당한 루벤(마누엘 가르시아-룰포) 일행이 조라 팀에게 구조된 후 얼떨결에 동행하게 됩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 4’에서 스칼릿 조핸슨(오른쪽)은 주인공 조라 역을 맡았습니다. 기존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 못지 않은 액션을 펼치며 열연했습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4’에서 스칼릿 조핸슨(오른쪽)은 주인공 조라 역을 맡았습니다. 기존 주인공인 크리스 프랫 못지 않은 액션을 펼치며 열연했습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초반부는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배경과 인물 설정을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해 공룡의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배를 타고 적도 해양에 도착해 바다 공룡 모사사우르스를 상대하게 될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영화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과 달리 익숙한 맛입니다. 좋게 보면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잘 살렸습니다. 관객들이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관람 포인트는 긴박감과 긴장감, 그리고 영상미일 겁니다. ‘쥬라기 월드 4’에서도 이러한 시리즈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공룡에게 추격당하는 장면에선 아슬아슬한 긴박감이, 좁은 실내 공간에서 육식 공룡의 눈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장면에선 스릴감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또 어마어마한 몸집의 공룡들과 장대한 자연환경으로 구성한 영상미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 4’ 광고에도 등장하는 모사사우르스의 모습. 초반에 등장하는 모사사우르스의 거대한 몸집은 압도감을 줍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4’ 광고에도 등장하는 모사사우르스의 모습. 초반에 등장하는 모사사우르스의 거대한 몸집은 압도감을 줍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극 중 조라 일행의 미션은 육해공에서 각각 가장 몸집이 큰 공룡인 타이타노사우르스, 모사사우르스, 케찰코아틀루스의 혈액 샘플을 직접 채취하는 겁니다. 이들 초거대 공룡들을 극장 스크린에서 감상하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물론 영화엔 이 3인방 외에도 다양한 공룡이 등장합니다. 사실상 맨몸인 조라 일행이 공룡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장면들은 제법 긴장감 있습니다.

이처럼 ‘쥬라기 월드 4’는 영상미가 뛰어나고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살리는 데까지는 성공한 듯합니다. 그러나 관객 평가는 냉혹합니다. 개봉 이튿날인 3일 오전 현재 CGV 관람객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골든에그’ 지수는 81%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와 ‘F1 더 무비’가 각각 99%, 98%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 4’에는 가장 큰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도 등장합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4’에는 가장 큰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도 등장합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혹평의 이유는 뭘까요. 우선 이 영화는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쥬라기 월드 4’는 기존 시리즈와 별개의 이야기라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감상하는 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 역시 색다를 것이 없고,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긴장감이나 긴박감을 유발하는 장치들이 모두 전작에서 봤던 것들입니다. 제목과 달리 새로운 것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시나리오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인물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대목이 억지스럽고, 위기 해결 과정이 비현실적이어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어떤 장비는 육식 공룡이 아무리 물고 뜯어도 멀쩡하고, 어떤 인물은 누가 봐도 위험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합니다.

연출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특히 위험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대체로 ‘시늉’만 한다는 느낌입니다. 예컨대 동료가 공룡에게 끌려가면 동료의 이름만 연신 외쳐댈 뿐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합니다. 주변에서 충분히 도울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름만 외치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캐릭터 일관성도 떨어집니다. 앞선 위기 상황에선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행을 구했던 인물이 다른 위기 상황에선 멀리서 일행을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합니다.

캐릭터 매력도 없습니다. 인물들이 이렇다 할 특색 없이 대체로 평면적이고, 감정선을 따라가며 ‘과몰입’ 할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특히 조라 일행과 합류한 루벤 가족은 불필요한 사족으로 보입니다.


영화 ‘쥬라기 월드 4’엔 여러 공룡이 등장하지만, 그 빈도는 전작들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쥬라기 월드 4’엔 여러 공룡이 등장하지만, 그 빈도는 전작들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이번 작품에도 등장하는 ‘유전자 변이 공룡’은 악수였습니다. 전작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외형이었는데, 이번 작품 속 혼종 공룡들은 관객에 따라 황당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느 크리처물과 다를 게 없습니다.

오히려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빠트린 대목도 있습니다. 결말부에 육식 공룡끼리 정면 승부를 펼치는 장면이 늘 클라이맥스였는데, 이번엔 공룡과 공룡의 대결은 볼 수 없습니다.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오자 기자 뒤편에 앉은 한 관객은 옆자리 지인에게 “스토리가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도 적극 공감합니다.

에드워즈 감독은 지난 1일 내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쥬라기’ 고유의 정체성과 새로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췄느냐는 질문에 “원작을 답습하는 것과 ‘쥬라기스러운’ 것의 한가운데에서 경로를 찾으려 했다”며 “‘쥬라기 월드 4’는 즐거움을 주는 영화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넣어야 스토리텔링이 완벽해진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대자연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유의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자연에 관한 메시지가 등장하고, 인물들의 서사에도 집중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는데, 지금까지 관객 반응을 보면 성공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인 법입니다.


제 점수는요~: 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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