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7-30 09:35:42
최근 유튜브 등에서 “8월부터 가족간 50만원만 송금을 해도 국세청이 이를 포착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쇼츠 등이 확산하면서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국세청이 8월 1일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해 전 국민의 계좌를 모두 들여다본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에서 관련 내용으로 검색하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수많은 쇼츠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세청 AI가 개인 계좌의 모든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분석해 세금을 징수한다는 것으로, 가족 간에도 50만원 이상 주고받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소문이다. 국세청은 개인 간의 일반적인 소액 거래까지 들여다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적이 전혀 없지만 일부 경제 관련 인플루언서나 세무사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SNS 채널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사실처럼 설명하고 있다. 월 100만원씩 10년간 생활비를 이체하면 최소 1000만원 이상의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최근 세수가 부족해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이같은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배경 설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가족간 생활비나 용돈 등을 위해 소액을 송금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대학생 자녀에게 돈을 보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같은 소액송금까지 들여다볼 행정력도 안되는데다, 사회적 관습으로 인정되는 이런 분야까지 추적하면 과세 저항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비상식적인 이상 거래가 있다면 들여다보는 것이 국세청의 역할”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조세 포탈) 혐의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사도 “국세청이라고 아무런 근거 없이 금융기관의 개인 거래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 모든 거래를 다 볼 수도 없고, 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이 갑자기 확산한 배경에는 최근 임광현 신임 국세청장이 취임사 등을 통해 AI 탈세 적발 시스템을 언급한 것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임 청장은 국세 행정 모든 영역에 AI를 활용한 개혁을 실시하겠다며 AI를 활용한 탈세 적발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국세청의 기존 업무인 세금부과와 징수, 탈루혐의 조사 등에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이지 기본업무를 넘어 개인간 소액거래까지 추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세청 출신인 김용진 메리트 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이같은 소문은 난센스”라며 “생활비나 학원비를 송금한다거나 병원비가 급할 때 빌려주는 등의 상식선에서의 거래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이 하루 1000만원 이상 현금을 입·출금하는 경우 알고리즘에 따라 추가 분석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금융회사 등은 동일인이 하루 1000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가 있으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며 FIU는 이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세청, 경찰청 등에 이를 통보한다.
이때도 FIU 보고 대상은 고객이 현금을 금융사에 입·출금하는 경우로, 계좌 간 이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통보받은 경우 해당 고객의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지만 이 또한 모든 경우를 살펴보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