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핫플] "만화 보러 가자" 부모가 아이들 앞세우는 이곳

□부산 연제만화도서관
지상 4개 층, 만화책만 3만 권
국내 첫 매머드급 공립 만화방
VR 체험·드로잉 실기 등 제공
국내 영상 콘텐츠도 무료 감상
누구나 참여 웹툰 창작실 인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08-02 15:00:00

지난 6월 말 개관한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입구에는 높이 7m, 317인치 크기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돼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6월 말 개관한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입구에는 높이 7m, 317인치 크기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돼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예전의 만화방에서는 인상을 찡그린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끌고 나오는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가는 만화방이 생겼다. 아니 만화방 가고 싶은 부모가 아이들을 앞세운다고 해야 더 정확할까?

 

□가 보자! 국내 최초 ‘공립’ 만화방

국내 최초로 공립 만화방, 아니 만화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부산 연제구로 향했다. 6월 말 개관한 연제만화도서관은 정부가 공모한 ‘생활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 대상에 선정돼 설립됐다. 사업비는 99억 1000만 원이며, 건물 한쪽에는 연산3동 행정복지센터도 자리잡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067㎡) 규모로 만화책 3만 여권과 전자책 4000여 권 이 비치된 ‘매머드급 만화방’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23일엔 평일임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남녀노소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한쪽에선 학생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포켓몬스터’를 읽고 있고, 다른 쪽에선 아이들이 VR 기기를 쓰고 온 몸을 흔들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은 허영만의 ‘식객’에 시선을 고정하고 책장을 넘겼다.

1층 만화라운지 이용객들. 이재찬 기자 chan@ 1층 만화라운지 이용객들. 이재찬 기자 chan@

도서관 1층부터 돌아봤다. 메인 공간인 만화라운지에 들어서자마자 배트맨과 슈퍼맨으로 유명한 ‘DC코믹스’와 아이언맨, 헐크 등의 캐릭터를 내세운 ‘마블코믹스’ 책장이 눈에 띄었다. 그 옆으로는 ‘좀비에게 물려도 끝까지 읽는 책’이란 제목으로 꾸며진 서가가 있었다. 개관 기념으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린 주동근 작가가 엄선한 도서를 선보이는 코너이다. 이곳은 앞으로 2~3개월마다 사서들이 새로운 주제의 큐레이션(전시) 서가로 꾸려갈 예정이다.

한편에는 7m 높이의 초대형 ‘미디어 월’(317인치)이 설치돼 있다. 부산시 캐릭터 ‘부기’를 연필과 붓, 태블릿 등 다양한 도구로 그려내는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상영 중이다.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다른 쪽에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이 자리하고 있다. 만화도서관 답게 ‘키득키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와 빈백이 놓여 있어 어린이가 엎드리거나 반쯤 누운 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최고 인기 시설은 ‘VR존’이다. VR기기를 통해 몸을 흔들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 시설이다.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VR존.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VR존. 이재찬 기자 chan@

‘디지털 미디어 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반응형 도서 체험 장비다. 거치대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 북을 올려놓으면, 이를 인식한 빔프로젝터가 빈 종이만 있는 대형 책 페이지에 내용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태블릿을 통해 직접 만화를 그려보는 ‘쓱쓱그려+방’에서는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여 장난을 치면서 직접 그림을 그렸다. 상단에 설치된 40인치 크기의 대형 TV화면에 자신들이 그린 인기 만화 캐릭터가 우스꽝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의 표정은 환해졌다.

‘쓱쓱그려+방’에서 태블릿으로 만화를 그리는 학생들. 이재찬 기자 chan@ ‘쓱쓱그려+방’에서 태블릿으로 만화를 그리는 학생들. 이재찬 기자 chan@

□누구나 이용 가능한 웹툰창작실

2층은 ‘만화의 숲’이라는 테마로 꾸며졌다. 세계 각국의 인기 만화를 찾아볼 수 있는데 국가별로 한국, 일본, 동양, 서양 등으로 구분돼있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의학·역사·건축·외국어 등 교육 목적 만화도 비치돼 있다.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를 그릴 때 참고할 만한 서적과 함께 부산 출신 만화가의 작품도 별도로 분류해 놓았다.

또 ‘미디어 감상존’ 2개실이 마련돼 있어 영상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Wavve)’의 콘텐츠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층은 웹툰 창작실과 문화 프로그램 강의실로 꾸며졌다. 웹툰 창작실에는 PC와 태블릿 20여 대가 설치돼 있으며, 별도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에는 누구나 예약을 통해 3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다.

이달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3일 과정의 ‘웹툰 창작 만화캠프’를 연다고 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체험이 주목적인데 부산의 웹툰창작집단 ‘깨치리 스튜디어’가 도움을 준다.

4층은 영화 상영과 특강·공연 등을 할 수 있는 93석 규모 다목적홀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만화영화를 상영한다. 정기적으로 만화작가 초청 특강도 열 예정이다.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이재찬 기자 chan@

□만화도서관만의 분류체계 ‘눈길’

연제만화도서관의 운영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연제만화도서관 만의 도서분류 체계도 색다르다. 한국만화(kor), 일본만화(jpn), 서양만화(wst), 동양만화(est), 고전만화(old), 부산만화(bus), 마블(mar), DC(dcc) 등으로 나뉜다.

여느 도서관처럼 대출도 가능하다. 책이음(통합)회원으로 등록하면 1인당 5권, 2주간 빌릴 수 있다. 다만 만화도서관 측은 “만화책의 특성 때문에 절판이 된 경우가 많다”며 “분실이나 훼손될 때 돈을 줘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소중하게 다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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