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08-03 16:21:28
국민의힘 계파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부산 야권이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오히려 관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당대표 후보 5명 가운데 2명이 부산의 지역구 의원임에도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5일부터 이틀간 책임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본경선에 나설 4명을 추리는 예비경선을 앞두고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가나다순) 당대표 후보 5명의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체 107석 중 15%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에서는 경선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17명의 국민의힘 부산 의원 중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조경태(부산 사하을),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을 제외하고는 언론에서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전당대회와 관련한 발언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올해 초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당시와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레이스 초반 당시 박수영(남) 의원은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시 대선 후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얼마 뒤에는 조승환(중영도),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이 각각 정부혁신본부장, 사회통합총괄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4개월여가 흐른 지금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울러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도왔던 정성국(부산진갑), 정연욱(수영) 의원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가 불출마를 택하면서 일각에선 이들이 인적 청산을 약속하는 친한(친한동훈)계 조 의원을 도울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간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부산 현역들은 장동혁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역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장 후보를 물 밑에서 말 그대로 간접 지원하는 것은 최근 그가 보이는 강경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때 이른바 ‘개혁 보수’의 한 축으로 평가받던 그였지만 지금은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자칫 공개적인 지지에 나섰다가 정치 생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당대회 흥행에는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부산의 한 당협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 당협위원장이 어떠한 가이드라인이나 언급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전당대회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다들 여름 휴가 모드에 들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대선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부산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구심점 없는 ‘각자도생’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또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마할 경우 내년 지선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새 지도부의 일종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약 3년이란 시간이 남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우’가 팽배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국민의힘 지방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집권한 이후 부산 민심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것이냐”며 “나 하나 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먼저 희생해 당을 새로 일으키겠다는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