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8-03 17:33:01
롯데 자이언츠가 국내파 선발투수 3인방의 맹활약 덕분에 오랜 숙원인 ‘선발야구’를 현실화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을 넘어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 꿀 수 있게 됐다.
롯데 ‘선발야구’의 틀은 해외파 감보아와 데이비슨을 축으로 국내파 박세웅-나균안-이민석으로 이뤄진다. 특히 6월 크게 흔들렸던 박세웅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나균안과 이민석이 4~5선발 자리를 잘 지키는 게 큰 힘이 된다.
다섯 명이 책임진 이닝만 해도 463이닝으로 올해 롯데 투수진 전체 투구 이닝의 절반이다. 국내파 3명은 특히 285이닝이나 던졌다. 기록으로도 그만큼 선발야구가 잘됐고, 국내파가 크게 기여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박세웅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23일 키움전(7이닝 1실점), 29일 NC 다이노스전(6이닝 무실점)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점 이하 실점).
박세웅은 5월까지 8승을 거두며 다승 단독선두에 나설 정도로 잘 던졌지만 6월에는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평균자책점 10.61이라는 비참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3경기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며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해 팀의 제2선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균안은 지난 2일 키움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2실점하며 호투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의 3-2 역전승에 발판이 됐다. 그의 올해 기록을 잘 살펴보면 승수(2승 6패)는 많지 않지만 다른 지표에서는 잘 나갔던 2022년(117과 3분의 2이닝 평균자책점 3.98), 2023년(130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3.80)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등판 때마다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5~6승 이상 거뒀을 성적이었다.
나균안은 5월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5점대로 부진에 허덕였지만 이후 꾸준히 낮추더니 지금은 4.27까지 떨어뜨렸다. 투구이닝도 103과 3분의 1이닝이어서 앞으로 대여섯 번 더 등판할 경기까지 합치면 충분히 2023년 수준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19일 KT 위즈전 이후 6경기에서는 매번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뒷힘도 과시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잘 던질 때 승리가 따르지 않았다. 선수들을 대신해서 (나균안에게)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나균안은 “개인 승리보다는 팀 승리에 무게를 두고 싶다. 올해는 ‘가을야구을 해야 한다’고 팀 전체가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사실상 풀타임 선발투수로 나선 이민석의 활약도 나균안 못지않다. 그는 올해 13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2승 3패를 기록했고, 66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92의 성적을 거뒀다. 경험이 부족했던 5월 첫 한 달간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6월 2.95, 7월 2.45로 기대 이상 맹활약했다. 지난 1일에는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올해 이 정도로 해주는 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이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