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김남길 “액션 위한 액션 경계했어요”

군 스나이퍼 출신 이도 변신
사람, 사회, 정의 메시지 전해
액션은 게릴라전 변주 콘셉트
“사람 이야기 계속하고 싶어”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8-05 11:24:51

배우 김남길이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남길이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정의는 내가 하는 일에 충실할 때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남길은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를 마치고 이렇게 돌아봤다. 이 작품에서 그는 군 스나이퍼 출신 이도를 연기했는데, 이를 통해 사람과 사회,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총기를 손에 쥔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이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봤다”며 “누구나 정의를 말할 수 있지만, 결국 내가 내 일을 얼마나 믿고 충실히 해왔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리거’는 총기 소지가 불법인 한국 사회에서 총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벌어진다는 가상 설정에서 출발한다. 김남길이 맡은 이도는 과거 분쟁 지역에서 군 스나이퍼로 활약했던 인물. 그는 불법 총기 사건을 마주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다. 김남길은 그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는 “총기가 합법인 나라들도 있지만, 우리는 유일한 분단국가이기도 하다”며 “이 사회가 총을 어떻게 다루느냐를 보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군에 들어간 인물이지만,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며 변화한다”며 “그 아이러니한 성장 서사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캐릭터의 감정과 전체적인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구성했다. 김남길은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니었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겉으로 과시하는 액션 대신 게릴라전처럼 상황에 따라 변주하는 콘셉트를 택했다. 경찰서와 고시원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이 특히 그랬단다. 김남길은 “어둡게, 숨어서, 불을 끄고, 최소한으로 움직이자고 했다”며 “고시원도 외국 관객은 모르는 공간이니까 그 공간을 활용해 공포감을 유발하려 했다”고 했다. 그는 액션 장면마다 ‘적당함’과 ‘효율’을 계산했고, 현장에서 감독, 배우들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나눴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트리거’ 공개를 준비하던 중 국내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총기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김남길은 “작품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정말 놀랐다”며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더욱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결국 이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질서”로 봤다. “그걸 지켰다면 이런 일(총기 사고)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총이 아니어도 분쟁은 일어날 수 있죠. 결국은 사람의 문제입니다.”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트리거’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김남길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 확장을 계속해왔다. 매 작품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덕분에 충무로 대표 배우로 우뚝 섰고, 흥행작도 여러 편 냈다. 그는 드라마 ‘선덕여왕’ ‘열혈사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도적: 칼의 소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비상선언’ ‘보호자’ 등에서 한계 없는 연기력을 펼쳐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남길은 연기를 하면서 ‘사람’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했다. 그는 “나의 작품 선택 기준은 장르가 아니라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라며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지난 6개월간 쉬는 시간을 가지며 템포를 늦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누구나 트리거를 하나씩 갖고 있잖아요. 저도 가끔 기본 질서를 벗어나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결국 내 손해라는 걸 알게 되죠. 이번에 쉬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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