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향 없는 필리버스터, 지도부는 사면 청탁…자괴감 빠진 국힘

방송법 필리버스터…민주당이 더 적극 대응
“무력하기 그지없다”…국힘서도 회의론 나와
송언석, 광복절 사면 요청 논란…“부적절한 처신”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8-05 17:12:17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방송법 개정안에 맞서 이틀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본회의장에선 민주당이 오히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를 뜨는 등 무력감이 감지됐다. 이런 가운데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자당 인사들의 특별사면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동의할 경우 토론을 끝낼 수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석 180인 중 찬성 178인, 반대 2인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도 토론에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주도권은 여당으로 넘어갔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인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방송 3법을 “민주당 방송”,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로 규정하며 “1980년대 신군부 언론 통폐합에 버금가는 언론 목 조르기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의원은 약 7시간 30분간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김현 의원은 “방송 3법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법이라는 건 언어도단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3시간 넘게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송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시청자위원회의 이사 추천권은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4시간 30분 동안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나 4번째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9시간 넘게 찬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전체 흐름은 민주당이 이끄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필리버스터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실제로 신동욱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을 포함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런 상황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에 보낸 사면 요청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송 위원장은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배우자 김모 씨와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 등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복권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조국 사면은 안 된다”고 비판한 당의 기조와는 상충되는 모습이다.

당내 비판도 이어졌다.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앞에서는 사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뒤에서는 흥정이 있었다는 건 지도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매우 부적절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도 “우리가 사면을 요청하면 조국, 이화영 같은 인물 사면의 빌미가 된다”며 “정치인 사면은 거부하고 민생 사면만 요구하자”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특별사면 때마다 여야 간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 정도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당 차원의 공식 추천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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