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8-06 17:40:14
8년 만의 가을야구를 넘어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에 ‘외국인 투수 울렁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롯데는 지난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에이스 감보아를 내세우고도 0-2로 졌다. 이날 패인은 상대 외국인 선발투수 네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었다. 롯데는 6이닝 동안 공을 던진 네일에게 삼진 8개를 빼앗긴 반면 안타는 고작 2개만 때렸다.
롯데 타선이 네일에게 약점을 보인 것은 이날뿐만이 아니었다. 네일은 올해 롯데전에 4번 등판해 25이닝을 던지면서 3실점(3자책)해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고 2승을 따냈다.
문제는 롯데 타선이 약점을 보인 외국인 투수가 네일 한 명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롯데와 정규시즌 순위를 놓고 다투고 가을야구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여러 팀과 대결에서도 외국인 투수를 상대했을 때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롯데와 순위 경쟁을 벌이는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KIA, SSG 랜더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중에서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외국인 투수는 네일을 비롯해 평균자책점 1위 폰세(한화), 3위 앤더슨(SSG), 4위 후라도(삼성)를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10명이 등판한 경기는 총 19차례. 총 투구 이닝은 125이닝, 총 자책점은 30점, 평균자책점은 2.16이다. 10명이 롯데전에서 기록한 전적은 10승 1패.
이 중에서 올해 롯데전에서 유일하게 패전을 기록한 투수는 에르난데스(LG). 그는 지난달 19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3자책)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와이스(한화)는 롯데전에 3번 등판해 3승을 챙겼다. 2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다. 헤이수스(KT)는 2경기에서 13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하면서 1승을 거뒀다. 화이트(SSG)는 2경기 1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77의 기록으로 1승을 따냈다.
물론 롯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남긴 외국인 투수 중 대부분은 평균자책점, 다승 분야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뿐 아니라 다른 팀들과 경기에서도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모든 팀에게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기록하면서 골고루 잘 던진 폰세를 제외하고, 네일은 SSG전에서 1패 평균자책점 8.71, 앤더슨은 9위 두산 베어스전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91, 후라도는 LG전 4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할 정도로 투수마다 약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모든 투수가 유독 롯데전에서는 잘 던지고 있으니 롯데 팬들로서는 이만저만 속이 타는 게 아니다.
롯데가 가을야구 티켓을 얻는다 하더라도 경쟁 팀의 외국인 투수를 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는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롯데는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7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NC 다이노스를 만났지만 린드블럼과 해커라는 두 외국인 투수에 눌려 패퇴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도 다른 팀 에이스들과의 대결에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는 “앞으로 40경기 정도 남았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팀에 변수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감독이 봤을 때 구위가 좋은 투수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좋게 안 보인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