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8-07 11:31:06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만약에 15%로 (미국의 반도체)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고 하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으로,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언급한 것처럼 반도체 관세 100%가 부과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에 협상 타결을 하면서 미래의 관세, 특히 반도체나 바이오 부분에 있어서는 최혜국 대우를 (미국이) 주는 걸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00% 관세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 본부장의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도입될 반도체 관세를 10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나왔다. 여 본부장의 발언은 향후 미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반도체 관세에서 여러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그룹에 속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의 구체적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총 4500억 달러(약 627조 원)의 투자·구매 패키지를 제시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와 이미 적용 중인 자동차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췄다. 여기에 향후 반도체, 바이오 등 분야에서 추가 품목 관세가 부과돼도 한국이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로 하는 내용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를 도입할 때 각국에 차등적으로 세율을 적용할 경우에는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에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혜국 대우’ 약속에도 불구하고 만일 미국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높은 반도체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역시 이와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향후 유럽에 15%의 반도체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 최혜국 관세가 15% 선에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각국 상호관세와 함께 이미 자동차, 철강·알루미늄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추가 품목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