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교정 당국 관리 부실 드러났다

피해자 숨겼는데 확인도 안 해
재소자 말만 듣고 신체검사 생략
관찰 필요한데도 사실상 방치
국가 상대 손배 청구 가능할 듯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2026-01-04 18:26:49

지난해 9월 미결수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9월 미결수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구치소에서 20대 미결수 A 씨를 때려 숨지게 한 재소자들(부산일보 2025년 9월 24일 자 1면 등 보도)이 폭행을 지속하는 동안 교정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부산구치소는 다른 재소자들이 A 씨를 화장실에 숨기자 그에 대한 신체검사를 생략하는 등 기본적인 감시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방에서 폭행을 당해 수용실을 옮긴 A 씨는 ‘관찰 필요 대상’이란 점도 공유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부산지검 서부지청 등에 따르면 ‘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사건’ 피고인 3명은 신체검사 때 A 씨를 수용실에 딸린 화장실 겸 샤워실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칠성파 조직원을 포함한 재소자 3명이 A 씨를 폭행한 흔적을 숨기기 위한 조치였다. 부산구치소는 일주일에 한 번 건강 상태를 점검하거나 불법 소지품을 파악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당시 교정 공무원은 재소자들 말을 듣고 A 씨 신체검사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를 화장실로 보낸 재소자들은 그의 행방을 묻는 교정 공무원에게 “지금 씻고 있다” 등의 말로 둘러댄 것으로 조사됐다. 교정 당국이 A 씨 폭행 피해를 파악할 수 있는 손쉬운 기회를 잃었던 셈이다.

교정 당국은 매일 실시하는 인원 점검 등에서도 A 씨를 둘러싼 이상 징후를 발견하진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누적된 폭행으로 사망 3~4일 전부터 식사도 제대로 못 했지만, 별다른 추가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재소자들은 A 씨를 의무실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 또 A 씨 몸에 남은 폭행 흔적이 들킬까 봐 교정 공무원이 지나가는 출입문과 가장 먼 곳에 A 씨를 앉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가 이전에 다른 방에서 폭행을 당해 수용실을 옮겼지만, 신체검사 생략 등 관리 감독 부실이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교정 당국이 A 씨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관련 조치는 뒤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무진에게는 A 씨가 관찰 필요 대상이라는 점도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A 씨 사망과 관련해 부산구치소 소장과 직원 등 17명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문책했다.

A 씨 사망에 교정 당국 책임이 드러난 만큼 형사 재판 이후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교정 당국의 허술한 관리도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 재소자 2명이 열사병으로 숨졌을 때 당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열악한 환경에 재소자들을 방치했다고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 유족 측 변호인은 “조직폭력배 출신 재소자까지 같이 수감됐으면 폭행이나 괴롭힘이 있었는지 관찰하고 자세히 살필 의무가 있다”며 “부산구치소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해도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부산구치소 재소자 3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7일 동료 수감자인 20대 미결수 A 씨를 마구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A 씨 이마를 찢어지게 하거나 발톱을 빠지게 만드는 등 온몸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법무부 측은 “이번 사건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사전 정보 활동 등을 강화해 폭행 사고를 예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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