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2026-04-29 20:40:00
지난해 5월 1일 부산 전포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5 세계노동절 부산대회. 이재찬 기자 chan@
“야근을 한다고 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쉬는 날에 가게로 와 달라는 사장님의 전화를 받으면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불만을 제기했다가 해고될까 봐 속으로만 삭입니다.”
부산의 한 요식업장에서 일하는 20대 A씨에게 노동절은 그저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A 씨 직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대부분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노동절에도 정상 출근해야 한다”며 “휴일 수당은 당연히 못 받을 것이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법정공휴일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상구 한 마트에서 일한 50대 B 씨는 “휴가 의사를 미리 밝혔으나 회사 측은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후 해고했다”며 “회사는 상시 근로자가 20명이지만, 16명은 용역 업체에 위탁을 줘 4인 사업장으로 등록하는 꼼수를 쓰며 근로기준법을 피해 구제 신청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1963년 제정된 ‘근로자의 날’이 지난해 11월 법정공휴일인 노동절로 바뀌며 올해로 첫 노동절을 맞지만,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제도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9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부산 내 5인 미만 사업장은 총 34만 7141개로, 전체 사업장(40만 1008개)의 86.6%를 차지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0만 123명으로 전체(155만 5085명)의 32.1% 수준이다.
이들에게는 근로기준법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법 적용 대상을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명시한 영향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1999년 판결했다. 소규모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준수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 해고·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적용되지 않고, 노동 시간도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연장·휴일·야간노동 수당과 공휴일 유급 휴무, 연차 유급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요식업장 직원 A 씨의 경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근무지는 A 씨의 두 번째 직장이다. A 씨 첫 직장도 5인 미만 사업장이었는데, 임금 체불과 업주의 폭언 탓에 2개월 만에 그만두게 됐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공짜 노동, 고용 불안, 부당 지시, 갑질 피해 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그러나 가장 힘든 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는 다른 업계 동료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권리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적으로 구제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총 17건의 심판 사건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세사업장 보호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권리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석병수 센터장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은 경제 부흥이 중요한 시기였지만 오늘날은 노동자 개개인의 권리와 복지 신장에 중점을 두는 만큼, 근로기준법에도 이 같은 가치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