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으라고 만들었는데… 제 기능 못 하는 서면 실개천

13년 전 영광도서 앞 230m 조성
준공 후 안전 우려 물 공급 중단
낙상 우려·보행 불편 목소리 커
해당 구청은 실태 파악조차 못 해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6-07-02 20:40:00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앞에서 사미헌 주차장까지 230m 구간에 조성된 실개천이 10년 넘게 운영되지 않으면서 통행에 불편만 주는 애물단지가 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앞에서 사미헌 주차장까지 230m 구간에 조성된 실개천이 10년 넘게 운영되지 않으면서 통행에 불편만 주는 애물단지가 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 관광 명소로 조성한 도심 속 실개천이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채 10년 넘게 ‘보도 위 장애물’로 방치되고 있다. 보도 블럭 위에 홈을 판 형태로 조성된 이곳은 서면 일대 핵심 관광 자원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조성됐다. 하지만 보행자 안전 사고 우려 등의 이유로 실개천이라는 원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해당 구청은 관리 이원화로 이름 뿐인 실개천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동 인구가 몰리는 도로 위에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이 관리 한계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되면서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앞 보도. 보도 가장자리에는 너비 25cm가량의 고랑이 부산진구청 방면으로 조성돼 있었다. 비가 내린 뒤 고랑 일부 구간에는 낙엽과 담배꽁초, 각종 쓰레기가 빗물과 뒤엉켰다. 고랑 곳곳에는 상가 주차장으로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덮개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특히 이 구조물의 시작과 끝 지점에 이물질이 몰려 있었다. 분주하게 이동하는 행인들은 다리를 뻗어 고랑을 건너뛰며 보도를 지나다녔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김 모(21·해운대구) 씨는 “휴대전화 지도를 보며 걷다가 이 고랑을 잘못 밟고 넘어져 발목을 삔 적이 있다”라며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고랑을 아예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은 서면 영광도서 앞부터 음식점 사미헌 주차장까지 약 230m 구간에 실개천을 조성했다. 해당 실개천은 ‘문화으뜸로 관광테마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추진돼 2013년 11월 준공된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실개천일 뿐, 실제로는 물이 흐르지 않아 보도 사이 불필요한 홈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보행자가 발을 헛디디거나, 고인 빗물로 인해 미끄러질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다.

구청은 실개천 운영이 중단된 정확한 시점조차 알지 못했다. 다만 구청은 이곳이 준공 직후에는 실개천으로 활용됐지만, 곧바로 물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개천이 유동 인구가 많은 보도에 위치한 탓에 행인이 실개천이나 보도로 넘쳐흐른 물을 밟고 미끄러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해당 실개천이 자주 막힌 것도 물 공급이 중단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개천 곳곳에는 차량이 상가 주차장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덮개형 구조물이 설치됐다. 낙엽이나 쓰레기 등 이물질이 이 구조물에 걸리면서 물길이 막히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개천 폭이 지나치게 좁아 이물질이 쉽게 쌓이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보행 불편과 안전 우려만 키우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개선이 어렵다면 차라리 메우거나 철거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진구의회 손재호 의원은 “가장 시급한 것은 보행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물이 흐르지 않아 고랑으로 전락한 실개천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부산진구청은 특화거리 총괄 부서와 시설물 관리 부서가 이원화돼 있어 실개천이 방치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화거리를 총괄하는 구청 도로관리과 이권희 도로보수계장은 “서면문화로 특화거리를 총괄하는 부서와 해당 실개천을 관리하는 부서가 서로 달라 실개천에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라며 “유관 부서와 협의를 거쳐 신속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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