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등대같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어 기분 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대를 떠올리면 누구나 무의식 중에 콧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어릴적 풍금소리에 따라 불르던 노랫가락이 떠올라서일까?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비치며
한 겨울에 거센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비치며
한겨울에 거센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아일랜드의 민요에 곡을 붙인 ‘등대지기’라는 이 노래는 등대의 이미지를 잘 설명할 뿐만 아니라 등대의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등대에는 일반 건축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명력이 있다. 외로울 때 바다에서 묵묵히 서 있는 등대를 보면 괜히 오래된 친구같아 보인다. 어느새 등대 곁에 앉아 기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껌뻑껌뻑이는 불밝힘이 콘크리트 탑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마치 팔짱끼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든든한 사나이로 느껴지기도 한다.
등대에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PIFF의 공식 차량이 등대 모양을 디자인해 거리를 다니고 TV에서 일기예보를 할 때 배경화면으로도 등대를 보고 부산에서 촬영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등대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심성을 자극하고 있다. 부산은 알게 모르게 등대의 도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산 사람들처럼 등대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에게 자기 집 앞마당을 내줬다. 왜관의 일본인들과 조차지의 중국인들과 같이 살았으며 그 이방인들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아직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지금도 타지 사람들이 똑같은 대접을 받고 살 수 있는 곳이 부산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험한 풍파에도 뱃길을 밝혀주 듯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고 어두운 바닷가에서 불길 따라 찾아 온 이들에게 묵묵히 기댈 거리가 되어주는 등대처럼 안 좋은 상황에 처해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이것저것 계산 안 하는 의리를 지키는 친구들이 부산 사람들이다. ‘친구’라는 영화를 부산을 배경으로 한 것도 부산 사람들의 ‘의리’라는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지방의 다른 사투리로 제작된 ‘친구’라는 영화를 상상해 보자.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의리 있고 무뚝뚝한 부산 사람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물이 등대이기도 하고 ‘삶의 희망이 가득한 도시’라의 부산의 브랜딩 작업에도 가장 적합한 이미지가 등대이다. 왜냐하면 등대라는 단어와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희망’이라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부산사람들은 ‘의리’가 있고 부산은 ‘희망이 가득 찬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상징물은 등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도시이건 ‘등대 같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주는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혹자는 “도시가 썰렁한, 외로운 느낌을 준다” 아니면 “흔하디 흔한 게 등대인데 왜 부산만 등대 도시인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논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면이 필요하겠다.
새해를 맞아 월간 SEA&의 등대 기획 시리즈 첫 편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등대 이야기는 첫째 등대는 희망과 의리의 상징물이다. 둘째 부산에는 해양수도에 걸 맞는 도시 상징이 필요하다. 셋째 해양수도 부산을 브랜딩하는데 가장 적합한 상징물은 등대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등대를 통해 의리 있는 곳, 희망의 도시 부산을 만들자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부산을 어떤 전략으로 ‘등대의 도시’로 인정을 받아 낼 것인가. 부산을 어떻게 ‘희망 등대’로 브랜딩해낼 것인가. 그리고 향후 형성될 도시 브랜드를 어떻게 지역경제에 접목 시켜내 어떻게 얼마나 ‘Made in Busan' 효과를 거둬낼 것인가에 대해 논할 때이다. 그 토론의 장이 월간 SEA&에서 시작된 것같다.
글=김비태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
필자 /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파리국제관계대학을 졸업했다. 프랑스 국립국제관계연구소(ifri) 정회원으로 동아대학교 법과대 영미법 겸임교수, 청와대 문화체육관광 정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DMAI(국제도시마케팅협회, 워싱턴 DC) 이사이며 사)부산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 대한민국 제1호 민간 등대장으로 부산일보 시론, KBS 라디오, 프랑스 RSF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