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5-01 17:37:16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직을 사퇴하고 6·3 대선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좌우를 넘나들며 국무총리만 두 번 지내면서 쌓은 행정 경험과 안정감은 자타가 공인하는 장점이다. 여기에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보수 후보로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정치인으로 뚜렷한 한계를 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유약한 이미지와 겹쳐 보인다는 점, 고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 무엇보다 탄핵 당한 정부의 최장수 총리가 대선에 나설 명분과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은 내내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대행은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래 경제 관료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의 최대 강점은 경제·외교통상 전문가로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크게 치우지지 않으면서 경제 분야의 탁월한 식견을 높이 산 보수·진보 정권이 두루 중용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과 부딪치는 일이 잦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침착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화법을 써서 ‘안티’가 적은 편이다. 주미 대사를 지내 외교 현안에도 밝다. 미 트럼프 시대를 맞아 통상·외교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그의 가치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고향은 호남(전북 전주)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에서 그의 확장성을 주목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취약 지역인 영남 공략을 위해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등 영남 출신 후보를 내세워왔다. 국민힘의 한 의원은 “어차피 이번 대선도 박빙 승부라면, 한 대행이 호남 표 일부만 가져와도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관료로서 아무리 유능해도 정치가로서 능력은 전혀 다르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한 전 대행의 출마를 두고 2017년 대선 당시 보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마했다가 불과 20일 만에 중도 포기해버린 반 전 총장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평생 행정가로서 산 한 전 대행이 출마하는 순간 쏟아질 온갖 비난과 모욕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징발’에 가까운 급한 출마라 세력도, 레이스에 나섰을 때 도울 세력과 인재풀도 빈약한 편이다. 결국 국민의힘과 함께 갈 수밖에 없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탄’, ‘찬탄’ 공방 중이다. 한 전 대행 본인도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다. “계엄에 반대했다”고 하지만 한 전 대행을 벼르는 민주당의 ‘내란 동조세력’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전 대행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수사 대상에 올라있기도 하다.
여기에 생물학적 나이가 76세의 고령이라는 점에서 건강 문제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건강 문제로 지난해 재선 도전을 중도 포기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당시 82세였다. 물론 바이든 전 대통령을 제치고 재선에 성공한 현 트럼프 대통령이 79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2%로 1위를, 한덕수 전 대행이 13%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 9%, 김문수 후보 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2% 순으로 나타났다. 한 전 대행은 또 이재명, 이준석 후보와의 3자 가상 대결에서도 31%의 지지를 얻어 보수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일단 여론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한 전 대행이지만 2일 출마 선언 직후 시작될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인용된 조사는 4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