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 2019-03-23 18:09:51
부산 사직야구장에 ‘야구의 봄꽃’이 활짝 피었고, ‘승리의 봄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겨울 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잔디구장에는 하얀 공이 굴려 다녔다. 공의 방향 하나하나에 따라 함성과 탄성, 탄식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사직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23일 오후 2시 사직야구장에서 2019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이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였다. 이날 입장권 2만4500석이 모두 팔려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롯데는 이날 선발투수 레일리 등 투수진의 부진과 수비 불안 등 때문에 4-7로 패했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개막전 패배의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 신본기가 9회 키움 김혜성의 도루를 저지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키움 1차전 '식전 행사'
이날 경기에 앞서 식전 행사가 펼쳐졌다. 부산 어린이 치어리더 ‘슈팅스타’가 공연을 진행했다. 해군의장대 공연도 이어졌다.
어린이 치어리더 슈팅스타의 공연 장면. 롯데 자이언츠 제공
외야 중견수 쪽 담장에서 내야 쪽으로 레드카펫이 깔렸다. 그 위에는 주황색 풍선 기둥으로 만든 아치가 세워졌다. 장내 아나운서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대호 등 롯데 선수들과 양상문 감독 등 롯데 코칭스태프가 아치를 지나 야구장으로 들어왔다.
롯데 전준우가 소개를 받으며 사직야구장에 입장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종인 롯데 사장이 양상문 감독과 장정석 키움 감독에게 올 시즌 선전을 기원하며 꽃다발을 선물했다. 김종인 사장의 인사말도 진행됐다. 이대호는 오거돈 부산시장으로부터 ‘청렴부산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롯데 이대호가 청렴부산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수 겸 탤런트 김소혜는 청바지에 롯데 티셔츠를 입고나와 환한 미소와 함께 시구를 했다.
시구를 하는 김소혜.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키움 1차전 '어려운 경기'
롯데 선발투수 레일리의 투구를 시작으로 롯데-키움 전의 막이 올랐다.
레일리는 선두타자 서건창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았지만 포수 안중열이 공을 놓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태가 됐다. 안중열은 공을 뒤늦게 찾아 1루에 던졌지만 서건창이 이미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이날 경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첫 플레이였다. 레일리는 볼넷 한 개를 더 내주기는 했지만 다행히 나머지 타자들을 모두 2루수 플라이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1회에 공을 던지는 레일리. 롯데 자이언츠 제공
2회에도 선두타자를 살려 보냈다. 임병욱이 1루수 쪽으로 흐르는 투수 앞 땅볼을 때렸다. 레일리가 공을 잡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1루에 살려주고 말았다. 이번에도 나머지 타자들을 삼진 등으로 처리해 실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적된 불안 요인은 결국 3회에 터졌다. 이미 한 바퀴 돈 상대 타선은 레일리의 볼 배합과 구질을 읽고 있었다. 레일리는 서건창과 김하성에게 연속 좌전안타를 내줬다. 이어 박병호에게도 좌전안타를 맞아 2점을 잃었다.
레일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폭투성 투구가 이어졌고, 샌즈를 볼넷으로 살려보냈다. 또 임병욱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줬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1루 땅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임병욱의 부러진 방망이가 공과 함께 1루수 쪽으로 날아갔고, 1루수 채태인이 겁을 먹고 피하는 바람에 안타를 만들어주고 만 것이다.
레일리가 3회를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3회 1점을 쫓아갔다.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살아나간 신본기가 민병헌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손아섭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았다.
롯데 민병헌이 3회 2루타를 친 뒤 2루를 밟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레일리는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타선의 추격 점수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5회를 넘기지 못했다. 김하성과 박병호에게 각각 좌월, 우월 홈런을 맞고 말았다. 올 시즌 사직 첫 연속타자 홈런이었다. 그는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이닝 6안타 5실점. 그는 한국에 온 이후 ‘시즌 첫 등판 부진’ 징크스를 안고 있었다. 올해도 그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레일리가 5회 김하성, 박병호에 연속타자 홈런을 맞은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사직야구장에 침묵이 깔리려던 순간 롯데는 추격전을 재개했다. 1-5로 뒤진 5회 대거 3점을 뽑아 상대 턱 밑까지 추격했다. 신본기, 민병헌, 전준우의 3안타로 만든 2사 만루 기회에서 채태인이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친 것이다. 사직야구장에는 다시 환호성과 응원 노래가 울려퍼졌다.
롯데 전준우가 5회 안타를 친 뒤 1루를 밟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아쉽게도 롯데의 추격은 이것이 끝이었다. 올해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와 함께 3강으로 손꼽히는 키움은 강했다. 롯데는 7회와 8회에도 한 점씩 내줬다. 7회에는 샌즈를 중전안타로 살려보냈고, 이정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8회에는 이지영에게 중전 안타, 서건창에게 희생번트, 박병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줘 1점을 더 잃었다. 스코어는 4-7, 3점 차이로 벌어졌다.
롯데 팬들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응원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롯데 타선은 7~9회를 나란히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키움 김하성이 3회 박병호의 적시타 때 홈으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롯데 수비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1회 스트라이크 낫아웃 실수와 2회 레일리의 실책 외에도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졌다. 공식 기록된 실책만 3개였다.
롯데 한동희가 3회 3루로 뛰어 오는 서건창을 태그하려다 공을 놓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한편 NC 다이노스는 선발투수 버틀러가 7과 3분의 1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져 삼성 라이온즈에 7-0으로 이겼다. SK 와이번스는 4-4 동점이던 7회에 터진 로맥의 결승 2점 홈런을 앞세워 KT 위즈를 7-4로 눌렀다. LG 트윈스는 선발투수 윌슨(7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 덕분에 KIA 타이거즈에 2-0으로 승리했다. 두산 베어스는 한화 이글스에 5-4로 신승했다.
남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