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확정한 리버풀이 홈구장 안필드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리버풀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EPL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첼시를 5-3으로 이긴 후 우승 세리머니를 즐겼다.
전반 23분 케이타의 중거리 포로 선제 득점한 리버풀은 15분 뒤 아놀드의 프리킥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어 5분 뒤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바이날둠이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라 3-0 리드를 만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 지루에게 만회골을 내준 리버풀은 후반전 들어 태미 에이브러햄과 풀리식에게 실점했으나 피르미누와 체임벌린의 득점이 터지면서 5-3으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트로피 시상식이 열렸다.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가장 먼저 등장한 클롭 감독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주장 조던 헨더슨이 리버풀의 '킹' 케니 달글리시에게 리그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헨더슨은 특유의 발을 동동 구르는 준비동작을 선보인 후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리며 포효했고, 모든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리버풀은 리그 우승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 8월 안필드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를 꺾고 거둔 18번째 1부리그 우승 이후 30년 동안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베니테즈 감독이 지휘하던 2000년대 중반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내긴 했으나 정규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를 비롯한 'TOP4' 클럽들에 우승을 내줘야 했다.
2010년대 들어 리그 중상위권을 맴돌며 '암흑기'에 빠졌던 리버풀은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등장과 수아레즈, 스털링, 스터리지로 구성된 일명 'SSS라인'의 맹활약으로 다시금 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발목을 잡았고,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모습으로 국내 팬들로부터 '의적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같은 시기 맨체스터 시티는 막대한 자본을 내세워 탑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버풀은 맨시티에게 리그 순위에서는 뒤졌지만 맞대결에서는 대승을 거두는 등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3-14시즌은 리버풀에게 특히 아쉬운 시즌으로 남았다. 막강한 공격력으로 리그 선두를 차지한 리버풀은 34라운드 맨시티 원정에서 3-2 승리를 거두고 자력 우승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36라운드 첼시전에서 주장이자 팀의 상징인 스티븐 제라드가 치명적인 볼 터치 미스를 범해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고, 팀은 고전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리그 우승은 승점 86을 쌓은 맨시티에게 돌아갔다. 리버풀은 2점차로 2위를 차지했다.
이후 2015년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부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리버풀의 스쿼드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리키 램버트-발로텔리-보리니가 선발 공격진으로 나선 '램발보' 라인은 당시 리버풀 선수진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2016년 말 제라드가 은퇴하면서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헨더슨도 팬들로부터 경기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감독으로 부임하며 "4년 동안 트로피를 따내지 못하면 스위스로 돌아가겠다"고 한 클롭은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며 약속을 지켰다. 정규리그에서는 맨시티에게 단 1점차로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심기일전한 리버풀은 2019-20시즌 들어 연승을 거두며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갔으나, 주장 콤파니가 빠진 뒤 수비 문제를 겪던 맨시티는 일찍이 우승 레이스에서 멀어졌다. 리버풀은 리그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 둔 지난달 26일 조기 우승을 확정, 이날 승리로 이번 시즌 홈구장 전 경기 무패(18승 1무) 기록을 달성하면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