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4-12-19 19:45:00
19일 오전 부산 서구 아미동 ‘경동 포레스트힐 행복주택 아미’의 상가동은 마치 빈 건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스산했다. 공실인 상가 유리창 안으로는 휑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고, 유일하게 문을 연 편의점 1곳만이 몇 없는 손님을 받고 있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고물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부산지역 행복주택 내 상가들이 무더기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 전세금 떼일 염려 없는 행복주택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단지 내 상가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구상 단계서부터 상업시설 비율을 줄이고 주거시설을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분양했던 행복주택 3곳(시청앞 2단지, 아미4, 일광)의 단지 내 상가 72개 호 가운데 61개 호가 공실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분양한 경동 포레스트힐 행복주택 아미(아미4 행복주택)의 경우 20개 호의 상가 중에 편의점 1곳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호가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일광 행복주택은 11개 호 중 2개 호만 운영 중이고, 입지가 우수해 청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시청앞 행복주택 2단지 역시 41개 호 중 8개 호만 채워져 있다.
그나마 주인을 찾은 단지 내 상가들도 편의점이나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지역 상권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든 단순 업종들이 주를 이뤘다. 단지 내 상가의 무더기 미분양이 장기화된다면 입주민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행복주택의 이미지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공실로 놔둘 바에야 행복주택 내 상업시설 비율을 줄이고 주거시설을 늘린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입주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행복주택 단지 내 상가라고 해서 주변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저렴하지는 않다. 시청앞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여전히 접근성이 좋지도 않다”며 “신축 대단지 아파트 상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곳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도시공사는 행복주택을 분양할 때마다 관련 법규나 지구단위계획, 사업성, 과거 사례 등을 종합해 단지 내 상가 규모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상가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단지 내 상업시설 비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최근에는 관련 용역까지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도시공사는 ‘BMC 공동주택 단지 내 상가 적정규모 검토 용역’을 통해 500세대 이하, 500~1000세대, 1000세대 이상 등으로 구간을 나눠 제각기 다른 상가면적 비율을 적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행복주택이 위치한 상권을 조사해 유동 인구에 따라 적정한 상업시설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가 미분양 개선을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고 아직까지 공사의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추후 행복주택 상가를 분양할 때 관련 용역 내용을 반영해 상가비율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 미분양 상가는 내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추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고, 상가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앵커시설을 유치하도록 공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