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감세’ 올스톱…줄줄이 좌초된 ‘윤석열표 세제개편’

상속세 완화안·밸류업 지원안 등 무더기 국회 부결
정부, 탄핵정국에 재추진 부담…‘다시 원점’으로
대통령실 주도로 정치 이슈로 변질…조세 불확실성↑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4-12-22 14:27:32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공제 확대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공제 확대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 감세,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밸류업 세제 등 이른바 대통령실이 주도해온 ‘윤석열표 세제 개편안’이 대부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대통령실이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주요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데다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겹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을 사실상 완전히 상실했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성급하게 추진한 탓에 정치·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에 조세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25년 만에 추진했던 상속세 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구간 조정 등의 상속세 개편안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세율 인하, 과표 구간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 과표 구간을 기존 ‘30억 원 초과’에서 ‘10억 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녀공제는 기존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20%)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탄핵 정국 속에 한 번 부결된 법안을 다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전환’ 법안을 제출하면서 상속세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재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밸류업' 세제 지원안 역시 이달 국회에서 줄줄이 부결됐다.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에 환원한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환원 촉진 세제가 대표적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서 받은 현금배당의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한 배당소득 과세특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 인하, 자녀 공제 확대, 신규 설비투자에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 투자 세액공제 1년 연장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굵직한 이슈 중 그나마 성과를 낸 법안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정도다. 올 한해 이들 법안이 추진되면서 불거진 부자 감세 논란 등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초라한 성적표다.

상속세 완화안은 대통령실이 먼저 운을 떼고 드라이브를 건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금투세 폐지 방침도 윤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됐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종목당 보유액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한 것도 대통령실이 시발점이었다. 2년째 계속된 역대급 세수 펑크로 재정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정부로서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세'를 밀어붙이는 것 외에 뾰죽한 정책 수단을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세제 개편이 대부분 좌초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상속세 감세는 2∼3년 뒤 시행을 목표로 내년 청사진이 공개되는 ‘유산취득세 개편’에 무게 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추진한 감세는 당장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빠졌지만 재산세와 통합을 전제로 폐지가 유력했던 종합부동산세 역시 대통령 탄핵소추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방침을 믿고 신규 설비를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기업 중 상당수는 내년 다시 투자를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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