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4-12-22 18:00:29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고민이 또다시 깊어졌다.
야권이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즉각 추진하겠다면서 24일을 시한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헌법만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민감한 정국 현안을 결정할 때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라는 두 가지 판단 기준을 내세웠다. 지난 19일 ‘농업4법’을 비롯한 야당 단독 처리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때도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의 공포 및 재의요구 시한이 다음 달 1일이기 때문에 이달 3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시한을 못박아 결정을 앞당기라고 한 권한대행을 몰아붙이고 있다.
일단 한 권한대행 측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2일 “이미 드렸던 말씀 이상의 추가 언급은 드릴 수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법(일반특검)은 한 권한대행 본인이 주요 피의자로 포함돼 있어, 거부권 행사 시 수사 회피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한 권한대행은 그동안 위법·위헌 요소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크게 약해졌다.
한편 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현실화할 경우 국회에서의 가결 정족수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명확한 법조문이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직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에 준하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때처럼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 권한대행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여서 재적의원 과반(151명)만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 의석수(170명)로 충분히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는데,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시 필요한 정족수로 탄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